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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리 넉넉치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족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아온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은주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버지가 칼을 들고 위협하던 그 날 두 번째 가출을 감행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은주는 찜질방이나 호텔 등을 전전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해보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은주의 어머니는 악착같이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지숙에게까지 찾아가 으름장을 놓으면 행패를 부리는데 원래는 그도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어릴 적 겪어던 성폭력의 아픔과 고된 삶이 그녀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가난하고 고된 삶 속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5년만에 선보인 은주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 주변에 들어봄직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방송에서 들어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은 말투와 행동에서 극명하게 묘사하는 필체를 보면서 과연 권비영 작가라고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소설을 생동감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읽다보면 무거운 기분이 들게 하는데 그건 아마도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다문화센터의 한국어 수강생들. 은주는 터키의 유학생으로 온 에민과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하는데 은주가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에민을 찾아 터키로 갔을 때 만난 에민의 가족들 덕분이었다. 그곳에서 따뜻한 부성애를 느끼고 자신에게 상처만 주었던 그동안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가 정신착란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소식에 놀란 은주는 서둘러 고국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요양원에 입원시킨다. 그곳에서 외할머니로부터 어머니의 지난 과거를 듣게 된다.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은주를 읽다보면 빙점이 떠오른다. 빙점은 원죄와 용서라는 대주제가 소설을 지탱하고 있다면 은주는 상처와 치유라는 맥락으로 풀어갈 수 있을 듯 싶다. 그 치유하는 과정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어왔을 지는 소설이 모두 말해준다. 학원을 차린 뒤로는 자신을 돈버는 기계로 생각했던 어머니, 술을 마시는 날이면 가정폭력이 일상화된 무능력한 아버지, 그런 부모님을 따라 푹언을 일삼았던 오빠까지. 은주는 이들을 용서하고 치유함으로 인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다. 이번 소설을 통해 권비영 작가의 드라마같은 스토리텔링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여자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남자가 읽으면 그녀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등장인물간의 대화와 갈등은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은주

저자
권비영 지음
출판사
청조사 | 2014-03-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덕혜옹주』를 통해 잊혀져 가던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재발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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