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이런 책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종교를 건드리면 안될 성역이자 비판은 금기시된 영역이라고 가이드를 친다. 왜 비판을 하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종교단체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고 잘잘못이 있으면 실정법에 따라 처분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성도들에게 가르칠 때는 그 교회 내 시스템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형화되면 될수록 성도들이 낸 헌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작년에 대형교회를 비판하는 시사프로그램들이 연달아 나왔다. 실제로 최근에 법적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끄러운 일이다.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층에 있는 분이 언론상에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신문으로 사실과 다르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맑고 투명하게 개선시킬 것은 개선시키고 공개할 것은 공개해야 한다. 뚜렷하게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면 그건 신앙이나 믿음을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초교회의 새로운 담임목사인 김건축 목사는 어떤가. 오랜기간 아프리카 선교활동을 하다가 정목사 후임으로 온 사람인데 교회가 망가지는 건 순간이라는 걸 느꼈다. 핵심 요원, 잉여 요원, 건전지 요원으로 목사들을 분류한 것은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바 없고, 낙하산 인사와 인사교체도 벌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글로벌 미션을 한다면서 목사들보고 일주일 안에 토익점수로 판단하겠다는 건 또 뭔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목사를 전무목사, 부장목사, 과장목사로 나뉘거나 언론홍보팀을 꾸려 언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교회가 세속에 물든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작 본인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서 갖은 핑계를 대다가 기도를 드릴 때 립싱크로 영어로 말하는 척 속이는 부분도 어이가 없었다.
교회가 이렇게도 망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 대형교회 교역자 내부에서도 이럴진대 일반 성도들은 또 어떨까 싶다. 맹목적으로 설교시간 모습만으로 믿는 일반 성도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책에 나온 서초교회만의 일일까 싶다. 이보다 더 심한 일을 한 교역자들의 사례를 언론상에 나온 기사로도 많이 봤었다. 비기독교인이 개독교라며 욕하는 걸 들을 떄마다 속으로는 불쾌함을 감출 수 없지만 밖에서 그렇게 비춰지는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그건 교회가 깨어지지 못하고 세상과 닮아버린 탓이다. 교회는 스스로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런 비판들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받아들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세상과 구별되지 못한 교회라면 더 이상 성경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아닌 세상과 격리된 채 그들만의 신앙을 지켜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답답했는데 중세시대의 마르틴 루터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그 당시 교회는 면죄부를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주수입원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교회가 부패했다는 것인데 마르틴 루터는 이에 대항하여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다가 교황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개신교를 만드는 초석을 만들었다. 개신교는 부패해져 가는 기존 카톨릭에서 벗어나 온전히 하나님 중심에 서서 신앙을 지켜가려 한 신념으로 목숨 걸고 지켜나갔었다. 신앙도 세대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어느새 교회는 세상과 결탁해서 세를 불리는 느낌이다. 교회의 대형화가 자랑거리가 되고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준이 된다. 이제는 참 신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이제는 되짚어봐야할 시간이다. 내 신앙은 폐쇄적인지 아니면 표용적이고 관용적인지 되물어보자. 맹목적인 신앙보다는 내 신앙의 기준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가야 할 때이다.
내가 믿는 종교, 내가 믿는 교회를 언론이 비판적으로 다루면 극렬한 저항이 따른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성역과 금기가 넘쳐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뭔가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기와 성역은 필연적으로 위선과 거짓을 양산하는데 그것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선과 거짓이 난무한다고 하는데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여실히 보고 느꼈던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과 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통렬하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 교회는 비판을 자유롭게 받아들일만큼 건전하고 투명한가? 아니면 어떠한 비판도 용납되지 못할만큼 폐쇄적이고 맹목적인지. 아무래도 뜨거운 화두로 던져놓은 저자가 옥한흠 목사의 아들이라는 점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 사회의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겐샤이 :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 (0) | 2014.04.20 |
---|---|
[서평] 메타생각 META-THINKING : 생각의 2중 스캐닝 기법 (0) | 2014.04.18 |
[서평] 자살클럽 (0) | 201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