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시와 명상집을 통해 만난 역자인 류시화와 늘 아름답게 책을 만들어가는 연금술사의 조합이 잘 맞아떨어진 책이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인생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해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다. 사람은 참 욕심이 많다. 자신이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항상 무언가 자신에게 없는 것 하나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지금 당장 집 안에 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코끼리를 살만한 돈이 없음에도 코끼리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부의 축적도 아니고 간절히 코끼리를 원하는 그 마음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인 것이다. 행복의 부재에 대한 근원적인 이야기를 알기 쉬운 예화로 풀어가고 있다. 즉,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인다는 의미는 간절히 원했던 것을 얻었을 때의 다가오는 허망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느냐이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 환자가 많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건 양적 성장만을 이룬 결과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고 사회가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그만큼 심해진 것이다. 가진 것은 많지만 내 안에 있는 밥그릇보다 건너편에 놓인 화려한 문양으로 치장한 밥그릇을 보며 부러워하는 것이다. 저것만 내 소유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행복해질텐데라는 환상 안에 갇힌 채 살아가는 것이 바로 현대인들이다. 주변에 짝퉁이 판을 치는 것도 바로 이런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들어온다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읽으면 마음을 다스려보자. 내 마음을 현명한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이라는 것은 일순간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마음은 생각을 자주함으로써 그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가 고작 이런 사소한 것들로 인해 마음을 낭비하며 살았구나 싶다. 인생을 살면서 얻는 지혜들이 좋은 곳으로 쓰여야하는데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건지 모르겠다. 이 책을 쓴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는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겨하는 수행자로 우리가 흔히 수행자라는 이미자에 담긴 고행과 묵언으로 일관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일화들은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명상서적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대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우리의 가진 많은 짐들을 내려놓고 행복해지길 원한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어떤 억압과 압박에 시달리지 말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사람들마다 다른 인생관을 갖고 삶의 깊이도 제각각이지만 읽고나면 참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역시 연금술사, 류시화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 속에 삽입된 아름다운 삽화와 남다른 편집이 돋보였고 줄곧 명상서적을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한 류시화의 매끄럽게 정리된 문장이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어볼 책인 것 같다. 책장에 어디에 두어도 아름다운 표지때문에 더욱 빛이 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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