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을 다니면서 역사와 같이 살아숨쉬는 걸 느끼게 된다. 옛 가옥들과 그곳에서 생활했던 선조들의 모습들은 이제는 전시된 채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근데 우리는 과연 한옥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서양식 건축물들은 연도별 양식까지 줄줄 외우면서도 이 땅에서 건축물에 대해서는 교과서에 달달 암기했던 것이 지식의 전부이지는 않았는지 문득 이 책을 읽다보면서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이다. 건축과 여행, 역사를 건축을 전공한 엄마의 눈으로 딸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자 만든 책이라고 한다. 혹시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관광지에 가서 역사유물을 보며 무언가 설명을 하려고 할 때 말문이 막힌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전시된 박물관에서라면 친절하게 깨알같은 지문들이 많고 해설사가 설명해주는 곳도 있어서 큰 부담이 없지만 한옥이 지어진 마을에서는 자신이 없어진다. 역시 전공자가 보면 다른가보다. 건축가 엄마의 친절함이 배어나오는 설명을 읽고 있으면 그동안 사진찍느라 바빠서 스치고 지나쳤던 건축물들이 모두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소개된 지역 중에 가본 곳도 꽤 되는데 일정에 쫓긴 여행을 하다보니 그 의미와 배경은 박물관에서 훑어보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느림여행이라는 건 찬찬히 둘러보면서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다음에는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보고 이해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옥이 잘 보존된 전주한옥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 그리고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목포 등도 각각의 건축물마다 다른 배경과 역사가 있음을 안다면 더욱 풍부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공부와 우리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유산을 잘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여행이 즐기고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루는 이렇게 지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의미있는 시간을 아이들과 가져도 좋겠다. 정성스럽게 올컬러로 만든 책이라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과 건축물들을 찍은 사진까지 나무랄데가 없는 책이다. 방 구조도나 건물 배치도의 뜻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역사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읽고나면 남는 것이 많고 배울 점은 더 많았다. 좋은 책의 조건을 다 갖춘 책이기에 자녀를 둔 가정 혹은 여행을 자주가는데 역사적 배경이나 옛 건축물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주말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 딱 좋은 책이다. 정말 유익하게 읽었고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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