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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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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상상에서 출간한 책들 중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제국 시대라는 시기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그 당시 서양 문물이 보급되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민중들의 삶은 어떠했는지를 역동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특히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신문에 게재된 논설이나 이도영 화백이 그린 시사만평은 풍자와 유머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민중들은 정보를 구전으로만 전해져듣다가 1896년에 '독립신문'이 창간된 이후로는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독립신문이 창간되자 뒤따라서 제국신문, 매일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만세보, 대한민보 등 근대식 신문 미디어들이 등장하였다. 이 책은 대한민보의 시사만평과 각 신문마다 3면 기사를 중심으로 대한제국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세상살이를 알아봄으로써 혼돈과 격량의 시대를 겪어야했던 사람들의 모습들에 대해서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총 15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무당과 점쟁이, 스캔들, 사생활, 성병, 통변, 만민공동회, 도박, 청결, 생계형 협력자, 사진, 개 규칙, 정신병, 추첨, 일본 관광단, 얼개화꾼으로 시사만평과 함께 읽으니 절로 폭소가 터지고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사람 사는 건 어디가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워낙 근현대사에 대한 자료를 간헐적으로만 접해서 그런지 생소한 부분도 있고 현대식 건물이나 사진 속 사람들을 보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무당과 점쟁이 편을 보면 공포와 불안이 들어올 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외부의 영적인 무언가에 의지하게 되는 듯 싶다. 무당은 그런 인간의 속성을 잘 이용했는지 왕후를 찾아간 날 자신의 앞날을 점쳐달라는 요구에 왕후의 환궁일을 점쳐주었고, 신통하게도 무당이 점지해준 날에 왕후는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의 왕후는 명성왕후인데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묘사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뭏튼 이를 발판으로 삼은 무당 왕후의 총애를 얻게되어 그 위세가 드높아졌다. 한순간에 진령군으로 봉해지고 남관왕묘 정전이 지어진 것이다. 이렇게 무당과 점쟁이들이 창궐하게 되면서 조정이나 일반 백성들은 사리분별을 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일단 무당이라면 먹히는 시대였으니 신분상승을 위해 이를 악용한 셈이다. 고종이나 명성왕후가 이에 심취했다는 건 나라의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뭔가 나라에 큰 일이 생길 떄 합심해서 한마음으로 뜻을 모으는 일은 잘하나 보다. 1899년 2월 2일 '독립신문'에서는 백성들이 남관왕묘 화재로 인해 의연금으로 너무 많은 돈을 기부해 정부가 돈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1899년 5월 6일자 '독립신문'에서는 남관왕묘 중건비로 정부가 지출한 돈이 약 19,351원이었다고 하니 한낱 무당을 위해 만든 건축비를 위해 관과 민이 같은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정작 민중들의 삶은 피폐하고 더 나아지는 점은 없는데 마치 나라가 큰 위기에 빠졌던 IMF때 국민들이 금모이기 운동으로 바리바리 장롱 속이나 집에 보관중인 금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 당시에 마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신문이 있는데 '국민신보'와 '대한신문'인데 일본에 우호적인 신문기사를 써내면서 사실을 왜곡 및 날조하여 민족의 뒷통수를 쳤던 언론이다. 오죽하면 시사만평에서 '공평한 언론을 억압하면 천벌을 받을지어라. 이 악마야'라고 썼겠는가. 그 패악이 도를 지나쳤던 것이다. 신문기사라는 것은 명확히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써야지 누군가의 이익이나 이해관계로 사실을 왜곡하여 호도한다면 이미 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정지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제의 권력에 빌붙어서 한몫 잡아 부귀를 누리거나 입신양명하여 신분상승을 꽤한 천한 의식이 이런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무엇이 민족을 위하는 길인지 아니면 배신하는 길인지 그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아마 대한제국 시기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궁금했었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저잣거리에서 민중들이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으며,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 신분상승을 노린 사람들의 말로와 신문 보급으로 인해 개화되어 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두말할 것없이 근현대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 책을 강력추천한다.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저자
이승원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4-04-14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한 몸으로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간 대한제국 그때 그 사람들 대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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