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3~4일간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기억하는가? 텐안먼 사건의 기억은 아직도 뉴스를 통해 본 장면으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정규군 탱크 앞에서 자유를 외치던 청년의 외침을, 특권층의 부패와 물가 상승에 따른 불만들이 쌓여 급기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로까지 번진 그 시기를 기점으로 한 것이 바로 이 <자유로운 삶>의 시대적 배경이다. 난, 핑핑 부부는 바로 텐안먼 사건에 따른 반대자들의 숙청을 피해 이미 미국에 와 있는 상태인데 공항에서 아들은 타오타오가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진 작가의 역량과 잘된 번역이 조화를 이뤄서 매우 몰입도있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잘 읽히는다는 것은 바로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전개속도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공감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또한 이민자로서의 삶을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그들이 겪었을 고충이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나 낯선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고 훨씬 낮은 일에도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우 가족이 견딜 수 있었던 건 메이스필드 가족 다락방에 머물면서 살 수 있었고, 가정 일을 도와주며 일정량의 수고비를 받는 생활은 이 땅에 정착하는 데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우 부부는 고학자로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고 어떻게든 타오타오가 미국 시민권을 따서 미국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한 생활비와 타오타오가 정착해서 생활하려면 그때까지 경제적인 안정을 이뤄야 했다. 난은 어렵게 공장에 취직하여 야간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하였는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지만 공장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잠시 밖에 나가 야간 간식거리를 사다가 깡패들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고, 공장을 이전한다는 소식에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뉴욕의 한 식당에서 주방 보조를 하게 된다. 이들 가족에겐 고난은 연이어 이어지게 되는데 하이디의 아이와 타오타오가 불화를 겪게 되면서 집을 비워야 했다. 그 후로 이들 가족은 참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이들의 일상은 처절하게 낯선 땅 미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친 한 가족의 눈물겨운 이민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과정들이 반복된다. 과연 자유로운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자유를 찾기 위해 중국을 벗어나 미국에서 살게 되지만 생활이나 직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속박된 삶을 살아간다.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였던 것일까? 어쩌면 이들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렇게 어려운 순간에도 난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장소가 어디든 시를 쓰고자 했고 돈을 열심히 모으는 길이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들 가족들의 행적을 통해 받은 감동과 많은 분량임에도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전개되는 소설로 과연 중국 출신 임에도 펜포크너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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