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학 재학시절 방학에 빌려 읽은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무려 2천년전 국가임에도 도로, 도서관, 목욕탕, 수로 등 사회기반시설부터 개선문, 콜로세움, 신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저자도 독자들이 로마에 대하여 대중적인 관심을 일으킨 것은 인정하지만 역사적 사실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문화 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권학자인 박찬운 교수가 나남출판을 통해 출간한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는 기존에 읽었던 다른 역사서와는 또다른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바로 로마 문명과 우리 한국 사회를 연관지어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령 로마의 판테온은 완벽하게 원 구형으로 우주를 표현하였는데 서양에서는 이를 본 딴 건축물들이 세워졌고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천단이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석굴암을 통해 판테온 양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 캠퍼스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기둥이 바로 판테온과 관련된 점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기묘한 건축양식을 보며 우스갯소리로 지붕을 열면 태권도V가 출동하는 것은 아니냐며 지나쳤지만 사실은 당시 국회의원이 유럽 순회방문을 하면서 돔지붕이 좋아보인다는 말 때문에 돔을 결합시킨 대목에서는 건축도 정치의 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책에는 저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비롯하여 로마 문명과 관련된 건축물을 올컬러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려 2천년 전에 지어졌음에도 화산재 덕분에 온전히 본전될 수 있었던 폼페이 유적 중 하나인 도로는 매우 완벽해서 놀라웠다. 아피아 가도 또한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도로로서의 기능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판테온은 아직까지도 이용할 정도로 화강암의 보존력은 뛰어난 듯 보였다. 곳곳에 드러난 로마라는 국가는 거의 서양 문화와 법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건축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라였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우리가 보는 조각상이 흰색으로 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채색을 해서 거의 실사와 흡사한 형태였다라는 점이다. 그래서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을 통해 시민들은 황제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그때 이미 에게 해 어느 섬에서 발견된 크레타 문명의 조각품도 헨리 무어의 작품과 흡사할 정도로 굉장히 모던한 형태였고,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빵집 주인의 초상화는 제작연대가 기원후 55~79년 사이에 그려진 벽화인데도 현대인과 다르지 않았고 그 당시의 헤어스타일, 의상, 화장기법이 매우 앞섰다는 것도 새로웠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로마라는 국가를 새롭고 더 깊이있게 알 수 있었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도 로마 문명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왜 우리 사회의 법은 권위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로마법이 흘러온 과정을 보면 근대사회에 일본에서 건너온 법들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그대로 써오고 있음도 씁쓸하지만 이런 건전한 비판들이 스며들어서 한국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로마와 한국사회의 연결점과 비판을 담은 이 책은 올해 읽은 역사책 중에 매우 뛰어난 책인 것 같아 다음에 발간될 나남신서가 더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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