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모르더라도 책 제목과 표지만을 보고 집어들게 되는 책이 있다. 문득 예쁜 표지에 이끌려 살펴보니 이 책을 쓴 작가는 다름아닌 일본에서도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나오키상>을 32년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츠키 히로유키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쓴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미 문단을 넘어서 연극과 드라마로 방영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였다. 일본에서 500만부가 팔렸다는 그의 에세이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릴 때 우리나라에서 성장기 중 한국전쟁을 겪은 후 그의 고국으로 귀국했게 된 이력은 참으로 독특하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과연 그는 한때 식민지였던 한국에 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어릴 때라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고 거주지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풍습을 마주하는 유소년기의 기억은 분명 제국주의의 생각을 지우게 했을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인생을 살아왔는데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그의 경험이 마치 책 제목처럼 바람에 날리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로서의 삶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을 것이다. 분단된 뒤 갈 수 없는 땅인 평양에서 유소년기를 보내면서 쌓은 추억,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보낸 시간들, 소련의 고리키 광장에서 겪은 일들은 매우 흥미롭고 나 또한 그가 산 궤적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해볼 수 있었다.
우리의 청춘에게 보내는 메세지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가 책 표지에 고백한 내용처럼 그가 살아온 땅에서 향수를 느낀다는 다소 감상적인 기분이 되버린다. 시간은 흐른다.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곳이 전부인 것처럼 내 고향으로 삼고 있지만 세계 각 도시에서 생활을 했었던 저자의 경험은 나 또한 바람에 날리어 어느 공간에서 살아도 과연 그가 느낀 향수를 맡을 수 잇을지는 모르겠다. 유명 작가가 쓴 에세이는 언제든 사색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다시 곰곰히 되새기면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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