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라는 도시 공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책이 있을까? 오랫동안 이어온 문화유산이 도시 속에서 함께 공존하면서 현대적인 건물과 어우려져 한층 더 깊이 있는 공간이 된다. 파리라는 도시는 에펠탑이라는 랜드마크와 개선문으로 대표되는 계획 도시이다. 과거와 현재가 이질감없이 한 공간 속에서 보완작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서울이라는 도시도 600여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온전히 남아있는 건축물보다는 관리가 되지 않거나 무지로 인해 방치된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다. 서울순성놀이를 하면서 둘러본 서울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들을 이제 갓 덧대는 식으로 만들어가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본 파리만큼의 온전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파리 시민들이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할만큼 아직까지도 제기능을 하며 도시의 멋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파리에 가본 적도 없고 책으로 나마 만나보는 것이 전부인데도 <파리, 에스파스>는 파리라는 도시의 낭만적이고 체계적으로 세워진 건축물을 느낄 수 있다. 직접 손으로 쓴 듯한 약도와 멋지게 찍은 현장 사진들은 마치 저자를 따라 파리의 작은 골목부터 큰 대로까지 이곳저곳을 둘러본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가 느낀 파리는 별반 다르지 않을 듯 싶다. 노상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시키고 나른한 오후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읽어야 할 듯한 책이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단지 파리라는 도시라는 공간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문든 사진을 보다보면 평생에 한 번쯤은 파리라는 도시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직접 발로 뛰어가면서 쓴 책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파리의 곳곳이 잘 들어온다. 잠시 스쳐갈 수 있는 공간도 비집고 들여다보면 새로운 공간이 나오고 낭만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 또한 어릴 적에 도시 곳곳을 누비는 것을 좋아했다. 발로 걷다보면 더 많은 공간들이 보인다. 나라의 국력은 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자국의 문화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있을 때 부러워만 말고 파리처럼 멋진 공간 속에서 함께 숨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 한 껏 부러움을 안고 파리를 다녀온 느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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