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겐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파파야스 종로점 2층에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창조와 진화가 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크리스챤인 나는 당연히 창조론에 대해서 열심히 주장을 폈고 두 친구는 창조론에 의문을 재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 당시에는 지식도 부족했고 오로지 성경이 진리라고 말하기에도 벅찼다. 여러가지 의문점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변을 내놓을 수 없었던 건 근거를 내보이기엔 고등학생이 알아봐야 교과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많은 언어, 다양한 민족, 인류의 대이동, 대홍수, 노아의 방주, 홍해의 갈리짐 등 성경을 읽다보면 믿음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믿을 수 있는지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양승훈 교수의 저서인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이런 일련의 논란을 잠재우는 근거들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책이다. 당연하게 창조론에 입각해서 원문에 나온 히브리어를 분석해서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 피조물인 인간이 지음 받았음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진작 나와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도 중요하지만 명확하게 알고난 뒤에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면 왜 그런가에 대한 질문 앞에 버벅대지는 않을 것이다.
요 몇 년간 성경을 영화화한 영화들이 개봉되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영화가 성경 말씀대로 고증을 거쳐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논란에서 비껴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영화를 위해 픽션을 가미하다보면 성경 말씀에 위배되는 장면이 삽입될 수 있고 곡해해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인간이 가진 지식으로는 천지창조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상력이 끼여들게 되면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 내용 중 창조와 홍수를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설명과 원문을 철저히 고증하여 문장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의문점을 가졌던 퍼즐이 맞춰져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물리학자인 저자의 창세기 강해는 기존에 성경만 읽고 이해했던 부분 중에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고 천지창조가 어떻게해서 이루어졌는지 심층적으로 파헤칠 수 있었다. 크리스챤이라면 정독하면서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모세오경 중 창세기는 기독교 신앙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해 천지창조가 되었다는 것은 믿음으로 선포해야 할 일이다. 과학적으로 끊임없이 증명하려도 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부족함을 드러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창세기를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성경말씀을 자세히 파고든 책도 만난 것도 거의 처음이었는데 내겐 아주 특별했던 시간이었다. 기존에 품었던 일말의 의문도 해갈된 느낌이라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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