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자극시키는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어디론가 떠나서 긴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역시 전직 카피라이터답게 군더더기없는 제목을 보면서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어릴 적에는 동네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마냥 뛰어다니다 그 바깥 세상을 발견하면 온통 신기하게만 했다. 그 호기심은 새로운 동네를 발견하는 것이 하나의 모험인 셈이었고, 세상이 얼마나 큰 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커가면서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익숙해질수록 지금 누리는 것이 당연하게만 생각되어서 행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어딘론가에 마치 행복이 숨어있는 것만 같고, 그 행복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저물어가는 노을은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며 그때는 왜 가까이 있는 행복을 몰라봤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이 심란해진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무엇을 놓치고 있는걸까? 익숙함이 지겨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건 우울한 일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삶의 권태기를 느끼게 되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우울해지게 된다. 이 산문집은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묶어낸 산문집으로 따뜻한 감성이 베여나온다.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는 이유다. 소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책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데 아내가 가장 감동받은 선물이 싸구려 반지라고 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건 의외의 것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싸구려 반지라도 그 반지 속에는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받은 선물들 중에서 감동스러웠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건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계속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게 된다. 너무나 익숙해져서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통해 멀어진 행복을 다시 되찾기를 바란다. 내 삶에 충실하고 타인을 돌아볼 줄 알 때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고 투덜대기보다는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에 빠져들기 보다는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보는 것을 어떨런지.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산문집으로 내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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