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들의 꿈이자 로망은 무엇일까? 아마 장기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얽매여서 이런 류의 여행책을 보며 대리만족할 뿐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럽기도 했다.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않기에 지구촌 곳곳을 둘러보면서 잠시라도 밟아봤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보기도 한다. 백종민, 김은덕 두 젊은 부부는 결혼한 지 한 달만에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통장을 정리했으며 전셋집을 모두 빼서 2년간의 여행비용에 쓰기로 했다. 그들이 여행을 갔다오면 당장 잠잘 곳이 없음에도 이들은 과감하게 일사천리로 계획을 착착 진행해나간다. 그보다 이들의 결혼스토리에 더 주목하게 되었는데 쓸데없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 번 보고난 뒤 쓰레기통에 버려질 청첩장을 돌리기 보단 청첩북을 만들고 웨딩사진은 지인들의 카메라로 대체한다. 예식장에서 비싼 대여료로 웨딩복을 입기 보다는 인도 레스토랑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혼례와 식사를 해결하고 비싼 드레스와 턱시도는 건너뛰었다. 요즘처럼 웨딩패키지로 비싸게 결혼식을 올리기 보다는 실속을 차리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라 첫 시작부터 이들 부부는 남달랐다.
2년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달은 도쿄로 부모를 모시면서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여행 중에는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이들 부부는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나갈 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이들이 한 달을 머문 도시에서 보고 느낀 걸 서로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도쿄, 쿠알라룸루프, 싱가포르, 이스탄불, 피렌체, 바카르, 파리, 에든버러, 런던, 더블린, 세비야, 바르셀로나를 한 달에 한 도시만 머문다는 조건으로 떠났는데 여행가이드나 전문가들이 검증하여 알려준 것이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에피소드와 함께 얘기를 해주니 아주 편안한 느낌으로 읽는 맛이 느껴졌다. 서로의 성격도 알 수 있었고 이들이 알려주는 정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에어비앤비가 아니었으면 장기간 머물면서 숙식을 해결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보다 저렴하고 실제 가정집에 머물기 때문에 무엇보다 현지 사람들의 실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바디랭귀지와 느낌으로 알아내면 되니까!라고는 해도 중국어 능력이 있는 백종민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인인 깜제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다.
140만명이 열광한 다음 스토리볼 최고의 여행기라는 띠지의 문구가 절로 수긍되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다른 여행관련 책들에서 들을 수 없는 정보와 얘기들이 살아숨쉬고 있었고 이들 부부와 함께 으싸으싸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여행의 꿀맛을 맛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어느새인가 이들을 응원하게 되었고, 나도 시간만 되면 아무 생각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일을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몇 달을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싶다. 무려 487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꽤 알차다. 처음 책을 써본 사람이 맞나 싶게 맛깔나고 재미나게 글을 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여행의 조건을 마음껏 누리고 온 이들은 비록 당장 생활할 터전을 버리고 떠났지만 돌아왔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꿈과 삶의 활력을 가득 안고 왔을 듯 싶다. 이 책을 통해 에어비앤비라는 방법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도시를 떠난 이들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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