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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상처를 남긴 이유




이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했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제도라는데 현실에서는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정책들이 까다롭다. 그래서 정작 제도권 안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보다는 누가봐도 하루하루 살기 어려운 사람들인데도 여러가지 조건에 걸려 탈락된 사람들이 많다. 법따로 현실따로인 제도때문에 가난한 서민들은 여전히 어려움 안에 처해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신세지길 싫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했다고 하는데 너무 막막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지원해줄 수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 12년전 남편이 방광암에 걸려 오랜 투병생활동안 진 빚이 가장 컸다. 이를 갚기 위해 온 가족이 노력했지만 해결할 수 없었고, 아내는 음식점에 나가 번 돈이 150만원이었는데 36살인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33살인 작은 딸은 신용불량자가 된 채 아르바이트만 하는 형편이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빚을 지다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작은 딸은 일정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해야 했다. 이들의 비극이 가난한 어느 가정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누구라도 상황이 안 좋게되면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과 한계레신문의 정환봉 기자가 공동으로 썼는데 2014년 2월 26일에 벌어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취재하면서 밝혀낸 사실들로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의 헛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정말 걸음마 수준이다. 낙수효과는 전혀 일어나지 않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 서민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래전에 여의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본 광경인데 새파란 공익요원이 강압적인 말투로 할머니에게 당장 여기있는 물건들 치우라고 행세를 하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법이나 제도는 없는 서민들일수록 가혹한 법이다. 현행 법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매우 까다로워서 오히려 지원의 폭을 줄이고 차단하고 있다. 노점상 철거현장을 지켜보면 이들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나온 서민들인데 어디로 취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기가 막막할텐데 현실은 가혹하며 그 결과는 혹독하게 등 뒤를 때린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법을 세운 취지에 맞게 실현되려면 현실과 맞지 않은 까다로운 수급조건을 완화시키고 진정으로 이들이 자립해서 빈곤층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와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절망의 낭떠러지까지 떨어진 이들에게 희망마저 빼앗버리는 현실때문이 아닐까?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한가닥의 희망을 잘라버리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기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역이나 종로5가에 가보면 노숙인들이 참 많다. 없는 사람에겐 있는 것마저 빼앗는데 갈 곳 없는 이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예전보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고는 하지만 주거와 빈곤의 문제는 여전히 복지라는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를 취업과 연계시켜서 이들이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복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나갈 때 가능하리라 본다. 보편적인 복지는 사회 공동체가 고루 누릴 수 있는 평등함 속에서 돌아가야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자
김윤영, 정환봉 지음
출판사
북콤마 | 2014-09-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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