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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한국 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 분배는 이제 전적으로 재벌들에게 달려 있고, 새로운 창업 기업의 성공 신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벌과 한국 경제와의 관계는 전형적인 구성의 모순에 빠져있다. p.499


한국 자본주의가 어떤 흐름으로 고착화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전 산업에 걸쳐서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도시와 국가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은 삼성, 현대, LG, SK가 국가 총자산의 26%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제는 정치 권력보다는 경제 권력이 압도하게 되었고, 법은 이들 재벌에게 매우 관대하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이다. 재벌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된 배경에는 다른 국가와 다르게 형성된 성장과 정경유착이 있었고, 미군정의 적산불하와 삼백사업, 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거치면서 몇몇 기업에게 주요사업을 몰아주거나 박정희때 8.3 조치로 기업부채를 일시에 탕감시키는 조치가 취해져서 위기를 스스로가 아닌 정치 이해관계에 의해 넘길 수 있었다. 만약 한국의 자본주의가 공정한 룰 안에서 성장하고, 분식회계와 같은 편법으로 부를 증식시킬 경우 엄정하게 처벌을 받고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하도록 했다면 이토록 극과 극으로 치닫는 일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취업률을 마련하기 위해 재벌들을 초대하여 구걸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그동안의 정권이 만들어놓은 재벌의 권력은 그만큼 막강해져 있다.


사람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선 노동을 해야하며, 노동의 댓가로 받는 돈이라는 자본은 곧 생산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노동은 일자리가 보장된 상태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돈이며, 모든 프레임은 노동과 자본의 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졌느냐에 달려있고 항상 자본은 노동을 지배하고 억압(파업 금지, 노조결성 반대)해왔다. 근로자는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고 경영에 반영시켜왔다. 70년대만 하더라도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의 절반을 착취당하듯 일해야했고,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기가 힘들었다. 지금에서야 사회적 기업이 나오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출산율이 적어지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으면 따자고짜 해고해버리는 일들이 뉴스에서 종종 나온다. 어린이집을 갖춘 기업은 일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만 설치되어 있고,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가기엔 갈 길이 아직 먼 듯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본격적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해친다는데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를 하고 있어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풀 수 있다고 한다. 무려 700페이지를 넘는 이 책은 장하성 교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부한 자료와 해결책에 대한 적극적인 문답으로 해법을 마련한다는 점이 좋았고, 앞으로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다. 과연 정부와 기업이 주구장창 주장한 것처럼 낙수효과가 발생했을까?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지도 않았고, 몇몇 기업들에 의해 경제권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여전히 정의롭지 않은 자본주의가 지배하며, 경제민주화로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전반적으로 한국경제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고 이처럼 양극화가 더욱 커진 상황에서 소득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해법을 내놓고 있다. 이 해법을 정부와 기업이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이다. 사회 시스템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제발전이 이뤄지면 좋을텐데 과연 부자증세를 확대하고 자본세를 늘려 적극적으로 노동정책과 임금정책을 바꿀 수 있느냐이다. 이제 경제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분통을 터트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졌으며, 대기업의 움직임 하나로 지역경제가 춤추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윤리적으로 큰 잘못을 하더라도 치명적인 부도가 나지 않은 한 무너지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정의로운 경제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장하성 교수의 문제제기와 해법이 시장경제에 스며들기를 바래본다.




한국 자본주의

저자
장하성 지음
출판사
헤이북스 | 2014-09-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장하성 솔루션’보수와 진보의 논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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