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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고독한 말 : 최강민 평론집




때로는 폐부를 깊숙히 찌르는 말은 아플 때가 있다. 더더욱 진실에 가까울수록 그가 찌르는 창끝은 매섭게 다가오는 법이다. 해방 후 21세기에 접어든 요즘에도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스를 들어보면 색맹화 사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흑과 백으로 분명하게 갈라서 있다. 하나의 똑같은 사건도 보수와 진보에 따라서 보는 시점이 각각 다르고 이들이 나누는 말도 분명하게 엇갈린다. 진실은 하나 밖에 없지만 어느새 갑론을박 속에서 본질이 흐려져 버린다. 요즘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 말을 다른 말로 포장하여 애둘러 포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최강민 작가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쓴소리들은 정치와 문학 그리고 사회를 넘나든다. 4년만에 낸다는 평론집은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처럼 이 사회에 번져있는 부조리함을 파헤쳐낸다. 그 대표적인 예로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하다'가 앞부분에 나오는데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던 쌍용자동차 사태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내부고발을 다루고 있다.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이다. 의자놀이는 쌍용자동차 사태를 르포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공권력과 노조문제에 대하여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수입을 쌍용자동차와 관련된 분들에게 돌아가도록 한 의도도 보수의 공격과 내부적으로 하종강, 이선옥 간의 논쟁으로 인해 모두 상처를 받았다는 부분은 생각해볼만한 점들이 많다.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거대한 기업은 삼성의 부조리함을 파헤치기 위해 나섰지만 모두들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했고, 나중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연대하여 폭로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끝나고야 말았다. 그 후 '삼성을 생각하다'라는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사회를 쥐어잡은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서는 모든 진실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2000년대 들어서 문학계도 출판자본에 휩쓸려서 순수문학은 무너져버렸고,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실용서 위주로 유행하듯 몇몇 아이템들이 몰려서 나오는 상황이다. 69 작가선언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지만 11월 21일 도서정가제 이후로 어떻게 변화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실업률은 여전하며, 20대의 취업률도 낮은 상황이다. 빈곤에 대한 문제처럼 이 사회를 다루는 글들은 제목처럼 참 고독한 말이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점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본래 정곡을 찌르는 비평은 아픈 법이다. 이를 통해 사회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양식있는 지식인들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비평과 저항의 말들이 더욱 필요하다. 주류에 편입하여 달콤한 자본권력을 빨아댈 것인가? 아니면 비주류에 머물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힘을 보탤 것인가? 평론집을 읽으면서 이 사회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고독한 말

저자
최강민 지음
출판사
작가와비평 | 2014-09-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시대가 처한 깊은 상처에 던지는 고독한 외침 합리적 사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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