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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이 책은 MBC에서 해직된 기자가 어릴 적부터 인연이 있었던 스피커를 제작하게 되면서 제2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얘기다. 전반부는 MBC 기자로서 해직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어떻게 스피커와 인연이 닿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하다고 하는데 MBC에서 부당하게 해고 당하게 된 이후 쿠르베라는 브랜드 명을 가진 스피커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20년간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직장을 다녔는데 졸지에 MBC를 나오게 되었는데 사실 MBC 파업 과정을 조금 관심있게 지켜본 바로는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현직에서 명성을 떨쳤던 PD들과 기자들이 줄줄이 해고를 당하는 과정 속에서 아직 공영방송을 이루기엔 제도적 헛점이 많았다. 그동안 사장은 인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특히 김재철 사장과 같은 경우엔 정치적인 인맥을 동원하려고 하였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방송사를 철저하게 짓밟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선후배는 눈 앞에 보이지 않고 방송의 역할은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리게 한다. 시사프로그램의 아이템 간섭, 뉴스 프로그램의 보도권 간섭 등 어떻게 MBC가 망가져 가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큰 힘이 된 건 바로 그를 믿고 의지해준 가족이었다. 특히 같은 언론계에 있으면서 쿨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주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서로를 이해해주고 대강 눈감아준 덕분에 크게 싸운 적도 없다고 하니 부럽기만 하다. 갑자기 해고를 당한 뒤 파업 현장에서 선후배들 앞에서 할 말은 얼마나 많았을까? 언제 복직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은 계속 흐르고 기다리느니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우연히 식탁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무슨 일이든 의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을 하게되나 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스피커 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아무런 경험이 없는 그에겐 막막할수도 있는 일이지만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니 금새 스피커 장인이 될만큼 기술력도 쌓여간다. 원채 사람들과 두리뭉실하게 잘 어울린 덕분에 그의 고민들을 나누고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었던 건 그가 의도치 않았겠지만 모든 것이 합해 선을 이루듯 그가 필연적으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그의 인맥 중 대부분이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서 그가 제작한 스피커인 쿠르베가 드라마 세트로 쓰이기도 하고 방송국에서도 사용된다. 


기자에서 스피커 제작자로 전환하게 된 과정들이 실업자가 창업하면서 겪은 일들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내겐 인맥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선 큰 결단력있는 용기와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잘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기자를 했던 사람이 쓴 책이라서 스피커에 관해 설명할 때는 디테일함과 재미를 살리면서 쓰기 때문에 조금 낯선 부분도 이해하면서 넘겼던 것 같다.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올 때 준비되지 않으면 막막하기 쉽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일해온 일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질 때 어떤 기분일까? 언제가 인생 2막을 개척하게 될 내겐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책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저자
박성제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4-09-2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차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생, 자존심을 지키면서 스트레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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