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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보이지 않는 수호자 : 돌로레스 레돈도 장편소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영미소설이 아닌 제3세계 소설은 읽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그런 고정관념들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하였는데 스페인 작가인 돌로레스 레돈도가 쓴 <보이지 않는 수호자>는 매력적인 여형사인 아마이아 살라사르가 등장하는 매우 멋진 추리/스릴러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번역도 매우 매끄러웠으며 책 안에는 살라사르 가문의 가계도와 엘리손도 마을의 전체지도가 책갈피처럼 끼워져 있는데 책을 읽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준다. 한 번쯤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 이런 게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수시로 꺼내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매우 좋은 기획이다. 표지도 다른 일반 책과 다르게 고급스런 재질로 제작되어서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책과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스페인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스페인, 프랑스에서 각종 주요 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보이지 않는 수호자>는 바스탄 3부작 중 첫 작품이라고 한다. 스페인에서 50만부나 팔렸다고 하는데 후속으로 나올 작품들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추리/스릴러 소설은 두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큼 잘 쓴 작품이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며, 엘리손도 마을은 살리사르 가문이 대대로 몇 대에 걸쳐 버터빵을 운영해온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 사건을 맡은 아마이아가 어릴 적에서 살던 동네라서 익숙한 장소인데 어리고 예쁜 소녀들만 벌겨벗겨진 채 음모를 제거하고 그 위에 달콤한 산시고리라는 케이크 조각을 놓는 방식으로 연달아 4차례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 알아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본격적으로 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고모집에 머물기로 했는데 첫날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플로라와 로사우라 사이에 맺힌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가 생각하는 관점 자체도 다를 뿐더라 첫째 언니인 플로라는 가업을 물려받아 열심히 운영하면서도 틈틈히 글을 써 책까지 낼 정도로 매사에 열정적이다. 반면 로사우라는 남편과 그닥 사이가 좋지 않은데다 자신이 버터빵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회계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근데 산시고리라는 케이크와 자신의 가족이 연쇄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다. 


보이지 않는 수호자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책 표지의 강렬한 손은 책의 내용 중 어떤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데 560페이지가 넘는 소설 속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는 쾌감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추리소설은 묘미인 반전의 재미를 미리 알아버리면 맥이 빠질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결국 아마이아팀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른 범인을 체포하게 되고 그가 소녀들을 왜 살해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진다. 아마이아는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고, 그 범인이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과 스크랩한 사건들에 관한 조각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는 걸 보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 중 한 명이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사람의 본성은 바꾸기 어려운 것일까? 긴박하게 흐르는 스릴러지만 소설 속에서 아마이아의 갈등과 트라우마를 읽는 재미와 살라사르 가문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책은 다음 작품까지 기대해볼만한 첫 출발이 아니었나 싶다.




보이지 않는 수호자

저자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출판사
아르테 | 2014-10-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스페인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나는 걸작 스릴러! 유럽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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