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특이한 책이다. 어릴 적엔 <백 투 더 퓨처>같은 영화나 SF 공상과학소설을 읽으면서 과거나 미래로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내 인생을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일 뿐 현실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다. 한 번 결정되고나면 돌이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걸로 현재의 순간들이 만나 미래에 펼쳐질 운명과 우연들이 겹쳐 인생이 된다.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에 등장하는 이반 오소킨은 자신이 사랑하는 지나이다가 민스키 대령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극심한 절망감을 느낀다.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다. 오소킨은 얼마전부터 알고 있던 마법사를 찾아가는데 그 마법사는 계속 난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지나이다와의 사랑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12년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마법사에게 요청했는데 정말 12년전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은 마침 꿈인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14살로 되돌아간 오소킨은 과거에 자신이 행동한대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생각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황을 기억하고 있으면 독백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속으로 생각을 말한다.
몸은 14살 소년이지만 생각은 26살 오소킨이다. 이 점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부제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진 채 인생을 산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그래서 제목도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이라 이름 지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는대로 갈 뿐인데 인생을 다시 살게 되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오소킨은 왜 현실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면 엉망이 된 인생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을까? 그건 주인공의 정신이 나약해서인지도 모른다. 설령 사랑하는 애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지라도 슬픔은 슬픔으로 걷어내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했을텐데 주인공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완벽하려고 해도 잦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인생은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하게 되지도 않는다. 우리의 뜻대로 세상이 움직여주지 않듯 한 번 살아가는 삶이 각본에 짜여진대로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인생은 한 번 살아볼만하다고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더라면은 류시화의 유명한 시집 제목이다. 이반 오소킨처럼 우리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으로 독특한 주제가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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