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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한 입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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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373살의 보아뱀이 여덟 살 소녀가 읽은 그림형제가 쓴 동화책을 보며 설명한다는 내용이 주요 포맷을 이루는 책이다. 동화같은 그림과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계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고 결론을 알고 있는 보아뱀 사이의 대화가 정겹다. 물론 보아뱀은 생텍쥐페리의 소설인 <어린 왕자>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어린 왕자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모자같아 보이는데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이라고 한다. 소화를 하기 위해 반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어른의 눈으로 바라볼 때는 조금 유치하게 보이기도 하고 시큰둥하게 여기나보다. 이 책에 나오는 동화책들 중 이미 읽어본 동화들도 있고 생소한 동화도 보인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동화 속 내용에서 따온 질문을 제목으로 걸어두었다. 여덟 살 소녀라면 세상에 대해 얼마나 많은 궁금증들을 갖고 있을까? 재밌는 것은 동화에 나오는 내용을 읽고 나서는 항상 보아뱀에게 질문을 퍼붓는 것이다. '왜에에에에~' 그러면서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을 짚어서 질문하면 보아뱀은 귀찮다는 듯 답하는 부분이다. 쉽게 술술 읽히는 가운데 각 이야기별 질문과 대조해보면 또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맛이 있다.


에세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겼는데 열 다섯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말은 우리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이제는 더 궁금하지도 않고 속물근성인 세상 속에 길들여져서 순수한 마음을 버린 지 오래되었고 이미 정답을 알아버린 지금 작가는 다시 한 번 답해준다. "너무 애쓰지마, 삶은 절절한 허구야." 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도 수용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끝없이 셍긴다는 것을.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언제든지 얼마든지 일어나는 게 세상이라는 것을. p. 243


어릴 적의 기억으로 되돌려보면 그때는 동화책을 읽을 때마다 온통 신기했고 그 이야기 속에 흠뻑 빠지다보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 현실로 가져오곤 했다.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동화에 나온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언젠가는 이뤄질 날이 올거라고 믿었다. 동화는 그런 마력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고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확실하기 때문에 드마라를 보는 것처럼 줄줄이 스토리를 꿰뚫고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하나 더 비꼰 듯 사실은 그게 아니라며 어릴 때 품었던 꿈을 스스로 지워낸다. 한 입 코끼리는 어릴 적에 동화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기분을 되살려내고 있다. 각 이야기마다 각자의 편이 되어서 고개를 끄떡인다. 잊혀졌던 순수함을 일깨워진 책으로 그림을 그린 이인 화가의 그림체가 더욱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한입코끼리

저자
황경신 지음
출판사
큐리어스 | 2014-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너무 애쓰지 마, 삶은 절절한 허구야."궁금한 것이 많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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