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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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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추하는 것이 맞다면 교통수단을 인생의 속도에 비유한 듯 시속 몇 km을 탔는지에 따라 자신의 행동반경과 주변의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저자가 건축학자이기 때문에 그가 보는 건 역 주변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건축물들에 관한 감상들이다. 내 사견을 붙이자면 속도가 빨라진만큼 하룻동안 갈 수 있는 지역들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비행기, KTX, 전철, 고속버스, 자동차 등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험과 에피소드에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비행기를 타면 훨씬 시간을 절약시킬 수 있으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기회비용으로 둘러볼 수 있는 지역이 그만큼 늘어난다. KTX나 전철을 이용할 경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묘미가 각각 다르다. 이렇게 여행의 속도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꽤 많이 바꾸어 놓았다. 불과 몇십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교통수단과 같지 않을까? 엄청난 속도로 몰아부쳐서 일하는 사람과 적절하게 일도 하면서 자신만의 생활하는 사람은 그들이 경험하는 바가 다르다. 이 책은 참 독특하게 파트를 나누었는데 250~350km/hr로 달릴 때는 속도에 대한 욕망을 100-150km/hr로 달릴 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기차여행을, 80-100km/hr로 달릴 때는 도로 위에서 인생을 생각하고, 20-30km/hr로 달릴 때는 고독한 항해를 하며, 0km/hr에 이르렀을 때는 죽음과 욕망의 안식이 다가온다. 교통수단에 인생이 들어가니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속도만큼 느끼고 보는 것은 역시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일까? 책은 술술 잘 넘어가고 그가 찍은 사진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저자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참 많은 걸 느끼고 본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건축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정작 저자가 얘기하려고 한 것은 둘 다 였을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여행과 건축을 통해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여행을 떠났다. 오히려 걸을 때 눈여기 보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이 보였고, 여유로움과 낭만이 있었다. 조금은 고생할지언정 기억의 조각들은 더욱 뚜렷하게 남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시계는 계속 말없이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내가 사유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도 해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보는 느낌이 색달랐던 괜찮은 책이었다. 철학적인 생각보다는 여행과 건축에 초점을 맞추면서 천천히 내 삶을 생각하면 술술 읽을만한 책이다.




여행의 속도

저자
리칭즈 지음
출판사
아날로그(글담) | 2014-11-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인생은 지금 시속 몇 km로 달리고 있나요? 사유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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