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명사들의 문장 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반응형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어딜가든 흘러나오는 글들은 많은데 건질만한 건 별로 찾지 못하겠다. 언어도단의 시대라 극상의 수식어들이 난무하여 본질보다는 상업성이라는 얼굴이 전면에 배치되는 격이다. 본심은 뒤로 감추고 오직 너도나도 이익에 눈 멀어서 이젠 가짜가 진짜인 듯 보이고 별거 아닌 일이어도 화려한 수식어로 도배해버리는 피곤한 시대다. 스마트폰을 따라 SNS는 이제 일상이 되버려서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전 국민이 글을 통해 다른 공간의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동시대에 살면서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문장가들이다. 방송을 통해 알려져 익숙한 사람도 있고 몇몇은 처음 이름을 드는 분도 있지만 처음에 소개된 고은 시인부터 속시원한 말 한마디가 가슴을 뻥 뚤리게 한다.


한 때 시라는 장르에 집착해서 마음 가는대로 마음이 느끼는대로 매일매일 쓰다시피하여 습작을 다작한 경험이 있다. 중고등학교에선 시는 분석해야 할 대상이었다. 참고서를 들춰보면 시에 숨겨진 의미와 운율, 비유,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는 하나의 문법체계에 지나지 않았다. 가슴으로 느끼기보단 시험에 나올 지문을 찾느라 분석하기 바빴다. 문학을 마음으로 배우기 전에 머릿속에 암기해야 할 목록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닥 재미없게 치부된 경향도 없잖아 있다. "표현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바퀴 자국이 생겨요. 이것이 표현의 문법이고 장르이고 양식입니다. 문법이 먼저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고 내가 가야 문법이, 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시론이 있고 시가 있는 그런 송장 같은 이야기가 어디 있습니까? 시는 캄캄한 카오스 속에서 나오는 것이에요. 그래요. 그런거죠." 듣고 싶었던 속시원한 대답이었다. 90년대 중반쯤 순수시에 길들여져 있을 때 읽은 원태연 시인의 시는 그냥 낙서같아서 시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고은 시인의 말을 듣고보니 잠시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송장같은 이론에 갇혀서 겉멋에 심취해서 시를 지었던 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감춰진 복선을 깔아야 하고 운율을 심어 고상한 척 시를 꾸몄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책 읽는 것만큼이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서 곰곰히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었다. 글쓰는 법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기존에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을 날려버릴만큼 직설적인 얘기들이 촌철살인으로 명사들은 툭 내던진다.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하고 있다면 <명사들의 문장강화>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지니고 있는 생각을 덧대자면 글은 역시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쓰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한자로 유식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지식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기 보다는 내 글을 누구나 이해하도록 쓰는 것이 바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명사들의 문장 강화

저자
한정원 지음
출판사
나무의철학 | 2014-11-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적으로 충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매일 자신을 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