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히치하이킹으로 이동을 하며 카우치서핑 사이트를 통해서 숙박을 해결하는 일을 해낸 한 청년의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183만원이라는 돈으로 190일간 유럽 22개국을 걷고 여행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유럽 물가가 워낙 비싼대다가 모든 일정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리도 없고 여행을 하면서 겪는 수많은 변수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요즘처럼 힘들고 지칠 때쯤이면 어떤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홀가분하게 마음껏 자유를 느끼고도 싶다.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어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책 끝에 사진들이 부록처럼 달려있어서 사진작가는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하나같이 사진들이 작품처럼 나왔다. 평범한 청년도 본인이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렇게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땅에서 맞이하는 아침과 밤은 어떤 느낌일까? 거리엔 온통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그 나라의 문화나 전통, 삶을 느끼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한국 땅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늘 여행을 떠나온 뒤에 쓴 책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분명 책에 나온 사진에서 보던 곳이었는데 내 눈과 발로 오감을 체험하면서 만끽하는 희열 뒤에는 또 감내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다. 모 업체에서 후원을 받아 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힘으로 갖은 문제와 고초를 해결해나가야 하는데 기초적인 대화를 못하면 그것만큼 막막한 일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저자는 골판지 같은 종이 위에 가고자 하는 도시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은 덕에 무사히 히치하이킹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초반에 그걸 모아놓은 사진을 보니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 모두 즐거운 경험이자 추억이 된 듯 하나같이 화사하게 웃는 표정들이다.
다른 사람이 시도해보지 않았던 여행담을 알려줘서 고마웠고 무려 190일간 그에게도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독자들은 덕분에 편안히 읽을 수 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화적 유산을 가진 유럽의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한 두나라 정도로는 부족한 것일까? 유럽을 종단하든 횡단하든 어떤 목적이었든지 간에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그 여행담을 담아 책으로 엮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치댈때면 늘 여행을 꿈꾼다. 하루라도 잠시 온전한 내 자신의 몫을 챙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걸 두고 대리만족이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유럽의 직접 발로 밟으면서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떠날 수 있음을 증명한 땀과 눈물이 함께 담겨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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