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본격적인 여행의 시대에 접어들만큼 관광문화의 발달과 여행객의 급증으로 해외에 나가 문물을 익히는 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서문에서 한 예로 기차를 타고 파리로 갈 경우 1등석이 1천원, 2등석이 730원, 3등석이 320원이였다고 하며,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갈 경우에는 1등석이 330원, 2등석이 210원, 3등석이 110원이였다고 한다. 그 당시 받은 월급은 보면 대강 감이 잡힐텐데 신문기자 월급이 70원이었고, 여점원 월급 25원, 문인논객의 원고료가 120~350원일만큼 격차가 컸다.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서는 당시 엘리트들의 기행문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연재된 기행문에서 글을 발췌하여 현대적인 어법과 문장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래서 간혹 옛스러운 표현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때 외국으로 나가 새로운 문화를 보고 느꼈을 엘리트들의 생각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일제에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그 아픔을 함께 나눠가지려고 했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여권발급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다못해 가까운 일본도 배를 통해 당일치기로 갔다올 수 있는 세상이다. 1930년대는 지금과도 모든 것이 달랐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동거리에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도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조국을 해방시켜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만국 유람기가 단순히 해외여행의 행운을 누리는 호사가 아니라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설사 목숨을 잃는다해도 가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허헌, 최승희, 나혜석, 박인덕, 정석태, 최영숙, 손기정, 오영섭, 안창호 외 그들이 남긴 기행문은 이제 후대에 와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음은 행운인 듯 싶다. 그때를 살아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데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 <삼천리>라는 대중잡지에 실린 기행문을 통해 남겨졌기 때문에 소위 엘리트라고 지칭하는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모든 것이 생소했을 듯 싶다. 어디서든 쉽게 해외사진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얘기로만 드는 것이 전부였을텐데 그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현실을 직시하여 동등하게 바라봤다는 점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의 남긴 문화에 기죽지도 않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으며 해외로 떠난 여행 이후에는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미주의 인상>에 이은 현실문학 - 동아시아 근대와 역사 총서 두번째 책으로 앞으로 발간될 3, 4권도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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