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전국 팔도에 세워졌던 봉수를 답사하고 조사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봉수가 세워진 지역을 직접 찾아가 주변을 조사하고 답사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원형 그대로 보존한 곳보다는 1885년 전신·전화 등 근대통신장비가 도입되면서 고종 32년 왕명으로 중단된 이후 방치된 채 파괴되거나 유실된 봉수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시설이기에 다른 용도로 변경되거나 복원을 했더라도 관련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봉수도 볼 수 있었다. 조선후기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증보문헌비고>에 보면 봉수는 전국에 676기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봉수전문 학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1,150여기인데 이중 북한이 650여기이고, 남한이 500여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 중에서도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는 건 400여기라고 하니 표지처럼 봉수 전문가가 아니면 단지 돌무더기에 불과한 채 남아있는 봉수가 많다고 한다.
봉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통신수단이었다. 봉수꾼이 봉수대 근처에 기거하면서 전국에서 전해져오는 신호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동통신이었던 셈이다. 만약 연기를 피울 수 없는 상황이면 말을 이용하여 다음 봉수대에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현재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은 수원 화성봉돈이다. 모양을 보니 남산 정상에 세워진 목멱산봉수가 복원할 때 많이 참고한 듯 싶다. 이 책은 역사에 있어서 봉수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지금 남아있는 봉수는 어떤 형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생생한 사진으로 보여준다. 어떻게보면 인기없는 주제일 수도 있다. 역사 속의 유명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단지 봉수라는 것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실린 사진으로 만나보는 봉수를 보고 있으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땅을 살았던 선조들도 원거리에서 위험유무를 가장 빠르게 알릴 수 있는 통신수단을 고민해왔다는 것이고, 산 정상에 수많은 봉수대를 세우면서 소식을 전해들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역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일만큼이나 잘 보존하고 발굴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중요하지 않다며 유지보수에도 소홀히 할 때 하나둘 자연스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저자는 발로 뛰면서 현재 남아있는 봉수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짐작조차 할 수 있다. 문헌에는 나와있다고 하지만 봉수를 기록한 자료는 몇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옛 이동통신 봉수>는 근래 봉수의 기록을 담은 최초의 책이자 역사서로써 기억될 것이다. 봉수마다 형태도 다르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 봉수대에서 바라본 주변 지형의 모습까지 실제 살아있는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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