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이 되어 이탈리아로 셰프가 되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떠났다는 목혜숙씨는 18년간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한 경력을 버리고 앞으로 인생의 제2막을 행복하게 해줄 것을 찾다보니 요리가 떠올랐고 유학시절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인연을 찾아 요리를 제대로 배워볼 생각으로 이탈리아로 떠난다. <나는 셰프다>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녀가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이력이 특이해서도 아니고 셰프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까지 간 것도 아니었다. 이제 자신의 직업에서 정점에 서 있을 시기에 과감히 다른 길로 가는 선택을 한 이유때문이다. 내게는 큰 자극이 되는 결정이다. 마흔살이 되어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간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을까? 평소에도 자주 하는 질문이다. 내가 과연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물론 그녀에게 몰입되다보니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프로 사진작가였던 그녀가 찍은 사진들까지 알차게 들어가 있다. 어디서 그런 손맛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단순히 돈을 본 것이라면 선택하지 못했을테지만 요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셰프가 되기 위해 걷는 고단한 과정도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준 시모네, 유학시절의 인연으로 18년만에 재회한 루이자 선생님 등 그녀가 셰프로서의 길을 걸어갈 때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이 책에는 깨알처럼 조리법이 실려있고 이탈리아 음식과 음식문화, 재배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고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려는 저자의 성실함이 느껴진다. 제대로 조리된 파스타 요리를 몇 번 먹은 적이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주식으로 늘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처음에 크림치즈 파스타를 먹고 너무 느끼했던 기억이 나는데 음식은 곧 그나라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하다. 이탈리아에서 셰프가 되는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레시피와 지역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음식들, 차근차근 소개해주는 레스토랑의 역사들은 에세이라는 생각보다 잠시 이탈리아로 떠나 가이드를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게는 다 생소할 뿐인 나라이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음식은 식당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진짜 그 나라의 음식은 가정에서 배워야 한다는 건 진리인 듯 싶다. 그녀도 이탈리아 가정식을 친구 엄마에게서 배웠다는데 부엌에선 무엇이든 배울 것이 많다.
내게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곧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하게 될 때 그녀처럼 셰프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리와 함께 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해보였다. 일 년간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운 그녀는 서울로 돌아왔을 때 한 선배로부터 서울 근교 레스토라에서 부셰프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로 일하게 된 곳이 아트홀인데 예약손님만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그녀의 블로그에 가면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지금은 자신만의 레스토랑인 'Da pasta'라는 이름으로 부암동에 열었는데 그 곳에서 이탈리아의 음식과 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을 알고 싶거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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