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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 : 배영옥 여행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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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봐온 여행 에세이와는 조금은 더 진솔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유일하게 미국 제국주의에 잠식당하지 않고 그들만의 국가를 이룩한 나라가 바로 쿠바다. 여전히 현지 쿠바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혁명가 체 게바라와 호세 마르티 동상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항인데다 <노인과 바다>의 작가인 헤밍웨이가 머무르며 작품을 써내려간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Kenny. G의 연주곡인 <havana>의 색소폰 연주 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쿠바는 야구를 잘하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으며 여전히 풍부한 자원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쿠바 출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내게 그려진 쿠바는 낭만과 자유로움이 있으며, 아무리 생활이 불편하고 문명의 혜택이 더디게 들어오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즐거운 일에는 가볍게 춤을 추면서 기쁨을 나눌 줄 아는 그런 긍정적이고 느긋한 마음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여전히 쿠바의 정치체제는 공산주의라서 은근히 제한사항들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는 달리 연애관에 관해서는 개방적이고 자유롭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운데 정말 의외다.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쿠바는 사랑고백을 여자들이 먼저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에게 주위에 누가 있던 아무렇지 않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고 한다. 체 게바라의 생일과 저자의 생일은 같다는 공통점 외에도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동경으로 무작정 떠난 쿠바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간혹 겉모습에 치중하거나 편입견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가정들을 무너뜨리게 한다. 직접 쿠바인들이 생활하는 집에 머물면서 가까이 생활했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직접 보고 느낀 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놀라운 경제성장에 감탄하게 된다. 어디서든 쉽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며 통화할 수 있고, 왠만한 기반시설들은 도시 내에 갖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없는 것은 그들의 여유로움과 오늘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삶의 태도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근심과 염려보다는 오늘의 기쁨을 누리자는 생각 때문인지 비가 천둥치며 내리는데도 그저 비가 그칠 떄까지 머무른다. 결코 서두르지도 않고 애써 고생을 해가며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저자는 8개월간 쿠바에 머물면서 담담하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쿠바의 역사나 문화, 현지인들의 삶과 생활습관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서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다른 것이다. 저자의 생각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처음 마주하는 환경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밀쳐내지 않는다. 만약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환경 속으로 동떨어진 나라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분명 사색은 깊어질 것 같다. <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에 나온 쿠바의 매력이 푹 빠졌던 시간이었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필체가 잔잔하게 밀려 들어온다.




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

저자
배영옥 지음
출판사
실천문학사 | 2014-11-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시인 배영옥이 쓴 리얼 쿠바 감성 에세이 “나는 토끼를 쫓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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