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대는 낡은 로터리 텔레비전 앞에 모여 찰리 채플린이 모여주는 슬랩 스틱 코미디를 보면서 자란 세대이기에 무성영화가 무엇인지 몰랐던 어릴 적 기억으로는 찰리 채플린은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다. 서양인치고는 아주 작은 키였지만 그가 만든 영화들은 결코 주제가 가볍지 않다. 지금으로보면 블랙 코미디에 가깝고 사회풍자적인 요소들까지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시사하는 점들이 매우 크다. 그의 대표작 중 <모던 타임즈>는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영화인데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조업 붐이 일어나면서 규칙적인 시간에 일하는 노동자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그의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찰리 채플린은 결코 대사를 말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찰리 채플린의 연기와 감정표현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라곤 그가 남긴 영화와 '인생은 가까이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 그리고 이젠 트레이드 마크가 된 중절모와 지팡이, 콧수염이 전부다. 찰리 채플린의 개인사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조금 더 나아가면 미국으로 망명했을 때 미국 정부와 CIA로부터 좌익인사(공산주의자)로 지목받아 억울한 누명과 오해를 받아야 했던 일 정도다.
무성영화 시대의 화려한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극단배우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무대에 오른 뒤로는 희극배우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게 된다. 그가 남긴 영화들을 보면 지금 봐도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본인이 영화를 감독, 연출, 각본, 촬영, 편집, 음악, 제작, 연기까지 모두 소화해내었다는 점이다. 과연 천재적인 능력이라고 밖에 생각될 수 없다. 또한 그가 만든 작품들 면면을 봐도 20세기초를 화려하게 수놓은 명작들이 즐비하다. <개의 삶>, <황금광시대>, <시티라이트>, <모던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시대>, <라임라이트>, <뉴욕의 왕>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품이었고 그의 연기에는 인생사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채플린의 풋라이트>는 그의 자서전이면서 그가 남긴 기록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책이다. 충실한 편집과 풍부한 사진, 찰리 채플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기에 소장가치가 높다. 이 책은 풋라이트와 라임라이트을 1, 2부로 나뉘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1부에서는 풋라이트에 대한 각본을 읽을 수 있고 2부에서는 라임라이트를 만드는 과정과 찰리 채플린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부록으로 <라임라이트>의 연보와 관련인물들까지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숨겨진 뒷이야기나 몰랐던 부분들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미공개 육필원고,1,500장의 희귀한 사진자료, 데이비드 로빈슨의 날카로운 해설까지 곁들여진 완성본과 같은 책이다.
그의 코미디를 보고 자랐기에 대중 앞에서 영원한 광대에서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예술가이자 위대한 코미디언인 찰리 채플린의 책을 읽으면서 곧 리마스터링 되어 개봉될 <모던 타임즈>가 보고 싶어졌다. 지금 다시 봐도 그의 영화는 지루하지가 않다. 아마도 그의 연기에 투영된 현대인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에 연기로만 보지 않게 되는지도 모른다. 화려함보다는 진실을 영화 속에 담고자 했던 찰리 채플린은 앞으로도 영화사를 거론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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