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시절에는 곧이 곧대로 세상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고,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은 순수함으로 가득차 있었던 그 시절에 꿈꿔본 고래에 대한 동화책이다. 소년은 강아지와 함께 고래를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를 가보지만 순전히 고래를 볼려면 다른 곳에 한 눈을 팔면 안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바다 주위에 배가 떠가도 무엇이 그들을 가로 막고 있어도 고래를 보려면 긴 기다림으로 참아내야 한다는 걸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체가 아름답다. 특히 바다에 대한 묘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상력을 확장시키도록 이끌어준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쓴 동화책이지만 잔잔한 바다를 보고 있으면 평화로운 시간들이 떠오른다. 마치 물결치는 바다의 빛들이 일렁이는 것처럼 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이 책은 매우 짧다. 글도 몇 분이 다 읽어버릴만큼 분량도 많지가 않다. 그러면 남는 건 그림인데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림 속의 소년이 바로 나인 것 같고 그 옆에 항상 소년을 따라다니는 강아지는 든든한 내 단짝친구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따뜻한 감성, 많은 얘기를 굳이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그런 책이다.
고래는 상상 속의 거대한 동물이다. 고래를 보기 위해서는 깊은 바다로 가야한다. 소년이 배를 저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년은 '고래가 보고 싶니?'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고래를 보고 싶거든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그림체가 워낙 따뜻하다보니 마음까지도 훈훈해지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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