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리샴의 소설은 거대 권력에 맞선 의로운 사람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소설들이 많다. 그래서 처음 존 그리샴의 작품을 만났을 때처럼 신작이 나올 때면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서 명성이 높은 작가이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다. 워낙 사회적 이슈에 깊이 파고들어 현실감을 높였고 지금 우리가 겪고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앞으로 법의 정의는 어떤 기준에서 바로 세워져야 하는지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신작인 <잿빛 음모>도 이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애팔랠치아 산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석탄재벌은 온갖 부정과 파괴를 일삼지만 소송을 걸며 승소하는 경우보다는 패소하는 일이 많다. 이를 막기 위해 도너번은 오랫동안 그들에 맞서 싸워온 변호사인데 여주인공인 서맨사가 리몬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스컬리&퍼싱에서 쫓겨나는 대신 비영리 단체에서 1년간 유예기간을 둬서 활동하는 동안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여러군데를 알아보던 중 마운틴 법률구조 클리닉에서 일하게 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바로 이 곳 버지니아주의 브래드라는 마을은 석탄 회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마을로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마운틴 법률구조 클리닉의 책임자는 메티 와이엇이라는 예순을 넘긴 변호사로 그의 고객들은 대부분 영세한 사람들이다. 이혼소송이나 가정폭력, 부당해고와 양육비 소송 등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 곳에서 법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알게 된 도너번은 석탄회사의 횡포와 수많은 불법사례들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걸지만 번번히 패소를 하게 되는데 급기야는 그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지라 생명의 위험이 항상 그의 곁에 도사리게 된다. 거대 권력 앞에서 힘없는 사람들은 굴복하고 말아야 하는가? 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조차도 법은 거대 권력에 관대했다. 자본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거대 로펌을 끼고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 도너번과 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동생 제프는 석탄 회사로 잡임하여 기밀문서를 훔쳐오게 된다. 서맨사는 제프의 도움을 요청받고 흑폐증으로 죽어가는 버디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지만 아직은 신참내기 변호사이기 때문인지 스스로 믿지 못한 서맨사는 모두 거절해버린다. 부당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던 도너번이나 석탄 회사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일을 고발한 버디 등에 모두 죽게 되자 서맨사는 그 권력에 맞서기 위해 맞서는 대변인을 자처한다.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난 서맨사는 정의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 거대 석탄 회사와 맞서 싸우게 된다. 대부분 이런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에 불을 지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같은 길고 긴 법정 싸움. 절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회사의 악행을 밝히는 일은 목숨을 걸고 싸울만큼 큰 일이다. 우리 사회에 정의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존 그리샴의 작품은 역시 읽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로마의 일인자 (0) | 2015.07.05 |
---|---|
[서평] 최준영의 책고집 (2) | 2015.07.05 |
[서평]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산문집 (0) | 201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