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가만히 있는 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나와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럴때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괜한 열등감에 휩싸여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고립된 채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지나가야 했다. 점점 가족형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1인 가구의 급증하며 다둥이 가족은 특이한 케이스가 되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보니 인간관계의 폭은 협소해진다. 공동체의 기반이 약해지면서 자신이 사는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려서 지낸다는 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존할 수 있다. 열정과 능력만 갖추면 모든 못해낼 일이 없다며 극심한 취업난을 애둘러 외면한다. 여기저기 상처받을 일 투성이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부러졌는지 모르는 말이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며 값싼 꿈타령에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희망고문에 지친 몸을 겨우 누울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깊이가 낮고 가볍게 만나다가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그만큼 서로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보니 마음도 쉽게 다치는지도 모르겠다. 상사의 엄한 질책을 듣거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떄면 마음은 심하게 요동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으로 주목받는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인 <부러지지 않는 마음>에선 마음을 단단하게 갖추기 위해 필요한 방법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2) 타인과 깊이 있게 사귄다. 3) 정체성에 뿌리를 내린다.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 연대에 관한 부분이다. 한 사람을 사귀더라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깊이 있게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동네 형,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놀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사귈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쉬웠지만 지금은 자발적이고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안정되고 단단해지면 타인과의 관계 또한 서툴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내겐 서툰 부분이긴 하다. 온전한 내 자신이 스스럼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갖고 대화를 나누기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위안이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전달해줘서 읽기 편했던 책이다. 다시 또 사이토 다카시 만의 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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