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가 아닌 검정 교과서로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자란 세대다. 나름 역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교과서에 상당 부분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치욕스런 장면은 간단하게 기록되거나 조선 왕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외부 세력의 침입에 의해서 일어난 결과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도 따지고 보면 무능한 조선 정부와 꽉 막힌 외교력에 의한 것이다. 성리학과 대명사상은 다양한 가능성을 일축시킨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 외의 것은 전부 배척시킨 시대다. 조선 시대에 탐관 오리들이 만연한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조정에서는 각 도별로 할당액을 내린다고 한다. 조선은 군포에 따라서 세금을 걷고 있는데 문제는 그만큼의 성인이 있어야 하는데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 부족한 세금을 걷기 위해 소년이나 노인 심지어 죽은 자에게까지 군포를 부과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고 삼정의 군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명백하게 따지면 조선 왕실과 재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배하였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쌀 농사를 지어도 재배한 것은 최소한의 것만 제외하곤 모두 빼앗아 가는데 농민들이 신바람나서 일할 이유조차 없었다.
약간 충격받은 것은 고려, 조선 시대는 중국, 일본 심지어 동남아보다 못하는 후진국이었다는 것이다. 주 식량인 쌀은 재배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기후상 일모작을 하는 데 비해 일본이나 중국은 이모작을 하며 동남아는 삼모작, 사모작까지 가능했다. 1차 산업 뿐이었던 시대에는 농업이나 어업 생산력에서 비교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잘 살았던 나라가 아니라 겨우 배고픔만 면한 채 허기져서 살았던 것이다.
역사란 부끄럽고 치욕스럽지만 그것도 배워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영토가 지금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넓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 책을 읽으니 지금처럼 한민족으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융합되지 않은 신라가 통일했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답을 찾는다. 고구려는 지역 특성상 북방 민족과 중국 등 수많은 나라와 전쟁을 치뤄야만 했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여러 문화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에서 의문점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유익한 일인데 학교에서 배울 때는 저자처럼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답을 찾는 교육방식이라 그 범위 이외의 것은 시간낭비라 여기는지 진짜 역사를 학교 현장에서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역사의 이런 답답하고 비굴한 모습들이 전혀 불편하거나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실제적 역사를 정치적인 모략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왜곡시키고 미화시켜 다른 의도로 해석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바른 역사를 알아가는 일이라 요즘처럼 역사 문제로 인해 의견이 분분할 때 꼭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고대부터 현대사까지 한국 사람이라면 의견이 분분할 내용을 꼬집어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재특회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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