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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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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탁월한 입맛과 독특한 사고를 가진 김정운 교수의 신작이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을 위로하는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마냥 편안하게 누워서 읽을 정도로 가벼운 에세이 류의 책이 아니다. 인문학적인 고찰과 심리학자로서 자신이 사는 삶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도 그럴것이 명지대 종신교수직을 할 수 있을텐데 홀연히 안정된 직업과 직장을 뿌리치고 그림을 그리겠다며 혼자 연고도 없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제 나이도 50줄이고 4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향수병이라도 도질 것 같은데 자발적인 외로움이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건질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생각들로 점철된 책이라 이전 책과 다르게 가볍지도 않고 유쾌한 부분도 적다. 아마 독자들이라면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뭔가를 기대했을텐데 시종일관 진지하거나 괴팍하다. 중간에 또 책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갤러리같은 사진과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잠시 눈을 쉬어가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그린 그림도 아닌 것도 많고 34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조금 비어보인다. 교수로서의 지식탐닉은 각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 깨알처럼 삽입되었다. 자신의 삶에 멋부리며 폼생폼사하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적어서 독자들과의 괴리감이 더 커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보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다소 톤 자체가 무겁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다. 유쾌하게 풀어도 좋을텐데 어떤 강박관념이 생긴건지 아니면 노인성 증후군 때문에 그런건지 독자들은 김정운 교수의 전작만 생각하다가는 어렵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읽으면서도 가벼운 일상에 대한 얘기들만 찾아서 읽게 된다. 김정운 교수의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그 삶에서 성찰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일 듯 싶다. 가뜩이나 홀로 생활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 사이버스페이스상으로 공허한 댓글들이 전부였을텐데 다음에는 독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할 때도 있지만 더욱 깊은 삶에 대한 성찰과 독자들이 겪는 고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책을 기대한다. 이번 신작은 전작 <에디톨로지>에 갖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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