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이전까지 신분제에 의해서 사회적 계급이 나누어졌다면 현대 사회는 부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지면서 부에 따른 신계급 주의가 생겨났다. 대도시 외에도 전 국토에 개발,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 호재를 맞아 갑자기 부를 이룬 사람들이 생겨났다. 부동산 투자는 빠르게 부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되면서 바벨탑 공화국은 공고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분노하면서 내 집값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그들처럼 부유해지고 싶은 심리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공평하게 돌아가고 정정당당하게 살자는 생각에서 이 사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어떻게든 많은 돈을 벌자는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타협과 상생보다는 이득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탐욕도 건전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단면을 보여준다. 각자 작은 바벨탑을 쌓으며 욕망을 채우기에 혈안이다.
강준만 교사가 지적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민낯을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재개발 붐이 일어날 때는 용역을 고용해서 강제로 거주자들을 내쫓았고,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민들의 생존권과 주거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핫'해지는 공간은 어김없이 도시 재생 사업지가 되어 영세 세입자들을 내쫓는 결과를 낳는다. 88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명분 아래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강제 철거된 달동네로부터 비슷한 이유로 힘없고 약한 서민들은 제도권에서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며 욕망의 사다리를 타기 위해 들끓고 있다. 아파트값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건물주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인 '갑질'은 야비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하청 업체 비정규직은 죽음의 외주화로 목숨을 걸고 일한다.
이들 현상을 보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무릎 꿇림 사건',' 프랜차이즈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땅콩 회향 사건', '치킨집 사장 종업원 폭행', '유명 디자이너의 열정페이 노동 착취' 등등 몇 년 사이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한참 잘못되어감을 느낀다.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것 같다. 위계에 의한 폭력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또한 서울의 초집중화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의 주요 산업, 교육, 인프라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역 서열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데 지방 도시의 지자체들이 각종 국제 대회와 축제를 유치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벨탑 공화국에서 우리는 제 갈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주요 현상들을 날카롭게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외면한 것 같아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