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에 신뢰를 주는 기업을 떠올려봤다. 아무리 찾아봐도 오뚜기, 유한양행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한순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기업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갑질, 대리점 물량 몰아주기, 사기, 분식회계 등등 그럼에도 기업이 무너지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다. 신뢰라는 건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아도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다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되는 부분은 신뢰가 깨어졌을 때 다시 수습해나가는 과정도 모두 지켜본다는 점이다. 신뢰도에 따라 개인 간 거래나 기업 경영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은행 대출을 받을 때도 신뢰도에 따라 이자율이 다르고 신뢰도가 높을수록 유연하게 기업을 운영해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신뢰에 관한 흥미로운 고찰을 담아내고 있으며, 각각의 사례들로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관계, 제도, 플랫폼 등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개인과 기업들은 신뢰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SNS의 파급력은 신뢰나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빠르게 리뷰나 평가를 확산시키고 노출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니다. 입소문 마케팅 보다 노이즈 마케팅이 더 빠르게 전파될 정도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해보면 제대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말을 계속 바꾸고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은 앞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신뢰성의 세 가지 주요 특징은 능력, 신뢰도, 정직인데 평가자와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봐야 할 문제였다. 평점 조작이나 허위 평가를 올리는 피드백 피딩 수법은 온라인 시장의 신뢰 기반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 이동>은 기업들이 신뢰라는 측면에서 경영상 드러나는 문제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지만 읽기 만만치 않은 점도 있다. 신뢰의 영역을 방대하게 조사하였고, 최근 문제가 된 비트코인까지 다루고 있어 면밀하게 신뢰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 사업과 관계, 그리고 삶을 돌아보게 만들 책이라는 말처럼 주변 사람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는 사람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들에게 일관된 패턴을 보여주고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노력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지속성을 가지고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평하게 대한다면 분명 신뢰를 얻게 되겠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여러모로 진도를 빼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신뢰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빼기의 여행 : 대책 없이 느긋하고 홀가분하게 (0) | 2019.04.17 |
---|---|
[책 리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1 2급) (0) | 2019.04.08 |
[책 리뷰]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블로그마케팅 (0) | 2019.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