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의 유럽도 성에 대해 드러내놓고 언급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을 다룰 때는 문학과 예술의 힘을 빌려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19세기 중반부터 세기 전환기까지의 독일 문학에서 드러난 성이라는 주제를 문학과 예술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아마도 독일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 당시 명성 높은 예술가들이 저급한 주제라고 생각하던 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20세기 초에 그린 '다나에'를 표지로 사용했는데 굉장히 관능적이고 에로틱시즘이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다나에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질끈 감은 두 눈과 살짝 벌린 입은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표정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다나에'에서 노골적인 묘사를 통한 감추기의 미학을 특징으로 회화적 전통성을 파괴하기 위해 관능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구스타프 클림트도 세기의 전환을 겪으면서 화려한 그림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기존의 전통성을 부정하고 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미술사의 변천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 외에도 역사적인 이야기와 시대적인 부분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격변기의 독일 문학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시대적 배경 설명과 함께 그 당시 문학 작품의 일부를 소개해줘서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 노력이 보이지만 집중해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저급 문화로 취급받던 성과 에로틱이 주류 문화로 편입되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세기 전환기에 사회 문화적인 큰 변화를 가져오는 분위기 덕분에 억압과 통제의 대상이었던 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문학과 예술이 가진 힘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가진 본능과 욕망에 충실하면서 기존 질서의 악습을 타파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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