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디자인을 공부할 때 기본적으로 색채 디자인을 공부했어야 했다. 편집 디자인을 다룬 책들도 색채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들은 반드시 들어있기 때문에 먼셀과 오스트발트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았던 것은 익히 아는 철학자들이 색채와 관련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플라톤, 괴테 같은 사람들이다. 프리즘을 통해 반사된 빛을 연구하였고, 오직 경험과 추측만으로 삼원색에 근접한 이론을 만들어냈다. 색과 배색은 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18세기에 와서 체계적인 학문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색 표는 이제 모든 산업 전반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색상, 명도, 채도 구분을 짓고 배색을 수치화했는데 이를 연구한 학자가 화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듯싶다. 이미 그 당시에도 융복합적으로 학문을 접목시켰던 것이다.
1부에서는 주로 색을 발견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면 2부에서는 이제 화가들의 손에 의해서 어떻게 색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색상과 명암에 따라 인물의 심리,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알타미라 벽화부터 색 활용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화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색과 관련하여 다룬 책을 읽으니 다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름 편집 디자인과 웹 디자인을 현업에서 일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적에 부합하고 콘셉트에 따라 색상, 명도, 채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색상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의미와 심리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색상과 구도를 보기 좋게 구성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색상은 디자인, 패션, 가전기기, 건축, 자동차, 게임, 출판 등 산업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색을 불러낸 사람들>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기본 교양으로 알고 있으면 좋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독특한 판형에 특이한 레이아웃으로 편집된 책인데 내용은 매우 알찼다. 이미 19세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색과 배색 조합을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색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지식을 채우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사실상 모든 산업이 색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게 되었다. 책에 관련 자료와 그림이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고 색이라는 분야를 폭넓게 알 수 있어서 다시 꺼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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