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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에로틱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

 

에로틱 조선

 

비교적 개방적이고 남녀 차별이 적어 여성들도 제사를 담당하거나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었던 고려 시대에서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시대로 넘어오니 남녀 차별이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는 사회 전체를 경직되게 만들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고 중국 사대주의가 뿌리내리게 된 원인이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시대의 민낯을 보며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성을 즐기고 싶어도 양지에서는 점잖은 척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성과 음담패설 문화는 음지로 숨어들게 됩니다. 소위 양반 계급들은 기생과 여종을 두어서 마음껏 잠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체 높은 학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폐쇄적인 사회일수록 남자들의 성 욕구를 분출할 수 없어 환상과 집착이 깊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는데요. 정철도 당대 명기였던 진옥에게 시조를 지어 보낼 정도로 노골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음지로 양반들이 기생과 여종을 일종의 성 도구로 전락시키면서 수청을 거절한 기생도 매질을 하여 죽게 할 만큼 야만적이었던 사회였습니다. 양반 가문에서 자신이 소유한 종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그냥 죽일 수 있었으니 조선시대에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거죠. 역시 저자의 필력은 여전했습니다. 읽어나가다 보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조선 후기에 화가의 작품 정도 수위가 아니었고 비참하고 끔찍한 예화들이 많아서 솔직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책에서 알던 조선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금기를 깨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인지 눈과 귀를 의심케 만드는 적나라한 일들은 단지 흥미 요소로 볼 수 없었습니다. 성을 억압할수록 음성적인 방법으로 그 욕망이 분출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합니다.

조선시대 문화가 성에 개방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유교 문화에 의해 도덕과 규율을 잡아나간 사회였으니 성을 은밀히 즐겼던 겁니다. 요즘 사회에서 보면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합법적으로 일어났던 겁니다. '춘향전'에 보면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협박한 사실이 나옵니다. 권력을 쥐면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수청을 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책을 읽고 고전에 나온 내용이 새롭게 읽힙니다. 결국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성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기생과 여종은 수청을 드는 도구였던 셈입니다. <에로틱 조선>은 조선시대 책 문헌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그 당시에 있었던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나간 책입니다. 조선시대의 성문화와 민낯을 알고 싶다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시각의 조선시대가 보이리라 확신합니다.

 

에로틱 조선
국내도서
저자 : 박영규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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