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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설마... 별생각 없이 쓰던 말이었는데. 이 말에 이런 뜻이 있었는지 몰랐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쓰던 말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깊게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수도 없이 들어봤던 말이기 때문에 혹시 그 말이 내 생각을 잠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도 그런 의미로 알고 쓰기 때문에 무심코 내뱉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같을 거라는 점에 이르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렇지. 세상은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정의 내리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데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마치 진실인 양 흑백논리로 쉽게 남을 판단해왔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듯 각자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쉽게 풀릴 일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공부는 때가 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소확행을 즐겨라, 손님은 왕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 등등 인간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들이다. 평소에도 흔하게 쓰던 말이다. 마치 정답 자판기처럼 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 이런 말들을 자주 쓰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으로 사람을 협소하게 바라보게 된다. 공감 능력의 결핍과 불분명한 진실 앞에 현실을 부정하고 혐오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스스로 이런 말들에 갇혀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마저 상실한 채 권위 있는 자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세상이다.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내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세상과 대면해야 하는데 그 힘이 약하다. 내 생각에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 TV와 SNS 매체에서 누군가 하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곧잘 믿어버린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 사람들의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해지고 있다. 그 말이 옳은지 비판적 사고를 하는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일상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에 속고 있다.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정으로 토를 달아본 적도 없어서다.

유익하게 읽을만한 책으로 꼽을 수 있는 건 그 말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서 실체를 밝히고 편견 어린 생각을 깨부수어 줘서 좋았다. 특히 그림을 해석하는 부분에서 그 당시 사회상도 읽게 되고 그 말이 지닌 허구가 분별되어 읽힌다. 숨겨진 뜻을 알고 나니 사회와 정치에서 의도한 대로 이용당해왔다는 점이 억울하다. 통념의 프레임은 서로 간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쓰는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조심스럽게 책에 수록된 말을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 하나를 보면 하나만 보이고,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공부엔 때가 없다. 공평하고 평등하게 동등한 관점에서 보게 되면 편견과 왜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필독할만한 책이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
국내도서
저자 : 박홍순
출판 : 웨일북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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