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본 한국영화 중에 잘 만들어진 영화로 1년만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90년대 감성과 첫사랑에 관한 영화 <건축학 개론>.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외에도 승민이 친구로 나온 조정석의 감질맛나는 감초연기가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이 옷차람새를 보면 예전에는 큼지막하게 옷을 입었던 우리는 촌스러웠었다.
그것이 멋이라면서 입었고 작은 것 하나에도 기쁨과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 장면에서 다만 신발이 깨끗한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ㅋㅋㅋㅋ
기억나는가? 데스크톱 컴퓨터에 PC통신을 하던 시절을...
새롬 데이타맨 프로으로 채팅하는 장면이다. 새파란 화면에서 우린 최초의 컴퓨터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나 싶다.
모든 것이 신기했고 하드디스크 1GB면 평생을 쓸 수 있다던 시기인데 나는 92년 12월에 첨 AT를 쓸 수 있었던 축복받은 세대였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주황색 GW-BASIC 컴퓨터 교재로 IQ-2000을 다뤘고 XT부터 i5-3570K를 쓰는 지금까지 컴퓨터와 함께한 인생이다.
평화로운 저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산다면 어떨까?
모든 마음의 병이 다 낫지 않을까? 제주도에 이런 집을 짓고 살고 싶어지게 한다.
건축학개론은 단지 대학교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세대를 아우리는 키워드로 소통하는 영화인 듯 싶다. 이 영화때문에 전람회 1집의 기억의 습작이 부각받아서 참 좋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쯤이었는데 들을만한 음악도 넘쳐났었고 감성과 트랜드, 장르가 다양하고 풍부했던 문화 르네상스 시대에 난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로가 서로를 잊지 못하는 증거.
술취한 수지를 대학선배가 집까지 바래다주고 집에 들어갔었는데 그 장면을 본 재훈이 버리고 간 건축모형이 버려져 있다.
건축학개론을 관통하는 음악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첫 눈 오는 날 수지가 놓고 간 CD-P와 전람회 1집 시디.
다시 우체국 택배로 온 CD-P와 전람회 1집 시디.
그렇게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로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다.
한 폭의 그림같은 장면.
이 집에서 살고 싶다. 폴딩이 되는 창문이라니.
국민첫사랑으로 언론은 수지를 기억해내지만
한가인이 담백하게 연기를 한 덕분에 빛나지 않을까?
선이 참 예쁜 배우이다.
우리 사회가 무서운 것일까? 난 왜 보안을 생각하게 되지?
제주도에 가게 되면 이 집을 한 번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엔딩곡 기억의 습작이 흐르고
제주도의 멋진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오래만에 따뜻한 감성을 본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납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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