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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 : 일인 여행자가 탐험한 타인의 삶과 문장에 관한 친밀한 기록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

 

 

여행자의 삶에 인연이 닿은 사람들과의 교류는 매우 특별한 순간을 가져다줍니다. 책 초반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온 발트로부터 들은 경험담은 현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돈을 벌려면 시간을 희생해야 하고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지려면 돈을 포기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여행을 지속하려면 말이죠.

"여행을 좋아하게 되다 보니 내가 필요로 하는 돈과 시간 둘 다 동시에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그제야 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었지. 그리고 현실에 맞춰 생각했어. 굳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고 말이야."

책 제목이 보여주듯 저자가 국내·외에서 만난 여행자들 또는 여행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오토바이 운전사이자 가이드까지 해준 수마웅은 선의로 다가왔고 여행 내내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줬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마지막 날 팁을 전해줬을 때 그 의미를 몰랐던 순수한 수마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느 카우치 서핑에서 만난 인연으로 모스크바로 떠난 여행에서 재회한 소피아와 지하 서점을 방문했을 때 폐점 위기에 놓인 서점 주인이 기지를 발휘하여 책방을 지켜낸 일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성대한 와인파티를 열어 자축하는 모습도 유쾌했습니다.

이렇듯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길에서의 인연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배워갑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그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단순하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 여행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과 마주하며 완벽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매 순간 우린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행은 계속 떠날 것이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며 여전히 인생과 행복과 소중함을 배워나갈 것 같습니다. 돈보다 시간을 택했기에 짧은 인생에서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다녀본 저자의 여행 기록은 생생하게 전해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