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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마음의 푸른 상흔

 

마음의 푸른 상흔

 

 

상당히 독특한 형식을 가진 소설이었다.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 자신의 급진적인 사상과 문학, 사회, 삶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설에 삽입하였는데 비중이 결코 작지도 않다. 이 책이 쓰인 시기가 1970년대 초반 임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면서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나는 일 잘하는 여자는 일 잘하는 남자만큼 돈을 받아야 된다 ...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인데 소설에 넣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보수적인 그 당시에 이미 출산의 자유, 낙태 합법설을 주장하고 있다니!

스웨덴 출신으로 무일푼에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반 밀렘 남매는 매력적인 사람들인데 재미있는 건 190년에 발표했던 희곡 <스웨덴의 성>에 등장했던 인물을 <마음의 푸른 상흔>에 재등장 시켰다는 점이다. 책에서도 본인이 언급했듯이 사람들로부터 온갖 평가와 비평을 듣다가 잠잠해질 때면 다시 자신의 판단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솔직한 생각이 소설 경계를 넘나들면서 현실 속의 프랑수아즈 사강과 반 밀렘 남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작가가 극중 인물인 엘레오노르를 평가하기도 한다. 로베르 베시의 호의로 거처에 대한 걱정 없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데 소설 전체에 흐르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그들의 화려한 외모와 대비되었다.

반 밀렘 남매는 특정한 직업 없이 지내지만 사교계에선 늘 관심과 호의를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 남매를 재워주고 먹여 살리기로 약속한 로베르 베시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로베르 베시는 부유했지만 치명적인 건 브뤼노 라페와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약물에 의존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브뤼노와 엘레오노르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로베르 베시는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다른 누구 못지않게 화려한 생활을 하며 사교계에선 영향력을 가져도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플랫폼에서 반 밀렘 남매를 떠나보냈던 작가 자신은 진정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마주 보게 되었을까? 작가 자신이 답을 얻으려고 한 남매는 단호하게 돌아오지 않겠다며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