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독특한 형식을 가진 소설이었다.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 자신의 급진적인 사상과 문학, 사회, 삶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설에 삽입하였는데 비중이 결코 작지도 않다. 이 책이 쓰인 시기가 1970년대 초반 임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면서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나는 일 잘하는 여자는 일 잘하는 남자만큼 돈을 받아야 된다 ...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인데 소설에 넣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보수적인 그 당시에 이미 출산의 자유, 낙태 합법설을 주장하고 있다니!
스웨덴 출신으로 무일푼에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반 밀렘 남매는 매력적인 사람들인데 재미있는 건 190년에 발표했던 희곡 <스웨덴의 성>에 등장했던 인물을 <마음의 푸른 상흔>에 재등장 시켰다는 점이다. 책에서도 본인이 언급했듯이 사람들로부터 온갖 평가와 비평을 듣다가 잠잠해질 때면 다시 자신의 판단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솔직한 생각이 소설 경계를 넘나들면서 현실 속의 프랑수아즈 사강과 반 밀렘 남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작가가 극중 인물인 엘레오노르를 평가하기도 한다. 로베르 베시의 호의로 거처에 대한 걱정 없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데 소설 전체에 흐르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그들의 화려한 외모와 대비되었다.
반 밀렘 남매는 특정한 직업 없이 지내지만 사교계에선 늘 관심과 호의를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 남매를 재워주고 먹여 살리기로 약속한 로베르 베시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로베르 베시는 부유했지만 치명적인 건 브뤼노 라페와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약물에 의존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브뤼노와 엘레오노르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로베르 베시는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다른 누구 못지않게 화려한 생활을 하며 사교계에선 영향력을 가져도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플랫폼에서 반 밀렘 남매를 떠나보냈던 작가 자신은 진정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마주 보게 되었을까? 작가 자신이 답을 얻으려고 한 남매는 단호하게 돌아오지 않겠다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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