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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길모퉁이 카페

 

길모퉁이 카페

 

 

<길모퉁이 카페>는 짧고 긴 19편으로 이뤄진 단편집으로 저마다 다른 분위기와 색다른 이야기 전개로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조금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지골로>였습니다. 지골로는 몸을 파는 남자 또는 제비족인데 삶에 권태기가 온 부유한 50대 여성과 20대 지골로인 니콜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6개월 전에 만난 뒤로 여성이 니콜라를 데리고 다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연인 사이라기보다는 주종 관계가 확실해 보였는데 자신을 버리고 떠나려는 여성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이루어질 수 없었고 집으로 돌아가 거울을 봤을 때 늙은 자신을 보고 침대에 누워 흐느끼는 장면에서 묘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누워 있는 남자>도 다시 곱씹을수록 독특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침대에 누워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곧 죽을 불치병에 걸렸지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떠나야 할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작품들을 읽으면 하나같이 평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뭔가 극적인 반전이 숨겨있는 것 같고 작품들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쓸쓸하게 끝나가는 사랑이나 죽음, 늙어간다는 것을 소재로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간혹 과감한 표현을 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에서나마 현실에서 담지 못할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어떤 상황인지 그려집니다.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이 몇 마디 대화에서 감지가 됩니다. 이 부분은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데 단편집마다 분량이 제각각이라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마치 다른 단막극을 보듯 곧바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단편집의 배경은 주로 유럽으로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 지역에서 흘러가는 이야기가 짧지만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 19편의 단편집이 가진 매력이 빠져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