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인 에릭 패리시는 다른 누구로부터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한 적도 없거니와 오히려 환자들을 잘 보살피고 딸에게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모든 시작은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마 누구도 사건이 그렇게 전개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티크너 부인을 진료하던 중 홀로 남을 맥스 자보우스키라는 손자를 위해 상담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딸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던 에릭에게 어느 날 맥스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되는데 흥미로운 건 소시오패스 시점에서 독백처럼 내뱉는 부분이 등장한다.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전개상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시오패스는 표적으로 삼은 자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여기서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자로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미 에릭과 맥스의 대결구도가 그려지고 점점 베일에 가려져 있던 맥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에릭은 "그 애를 맡았으니 내 책임이지"라며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선의로 티크너 부인에게 맥스를 보살피겠다고 한 건가. 에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맥스는 폭파범이 되어 나타났고 갈수록 심리적인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갑자기 어조를 바꿔 대답할 때는 등골이 서늘해져 왔다.
이 책은 무려 656페이지에 달하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빠른 전개로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각 잡고 읽으면 계속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전개가 일품이다. 중후반을 지나면 급 분위기가 반전되며 스릴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흥미로운 것은 일반인도 아닌 정신과 의사를 표적으로 삼은 범인의 대범함이다. 정신과 의사는 심리를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억압된 자신의 분노를 엇나가게 표출시킨 범인의 심리로 번갈아가며 들으니 공포스러움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여름에 읽으면 더욱 좋을 소설로 제목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유추해 보면 읽는 재미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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