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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소설보다 뮤지컬의 명성이 워낙 높은 작품이다. 41개국의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무려 1억 4,500만명이 관람한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페라 극장 안에서 실제로 유령을 목격했다는 제보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무대 장치 감독인 조제프 뷔케가 지하 3층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면서 관원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불길한 소식은 빠르게 오페라 극장가에 퍼져나간다.

추리소설로써 긴박감, 속도감, 치밀한 구성, 빠른 전개로 굉장한 몰입감을 준다. 고전작품 특유의 인간군상의 감정을 잘 짚어내줘서 그 유령이 누군인지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항상 2층 관람석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크리스틴 다에가 주인공 역을 맡기라 요구하며, 좌석 안내원인 지리 부인을 통해 매달 수당과 계약서를 받겠다며 통보하는 등 일종의 협박 편지를 극장 측에 전달한다. 11장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라울은 약혼녀인 크리스틴 다에를 에릭으로부터 지켜내려고 한다.

13장 아폴론의 칠현금에서 크리스틴은 가까이에서 그 에릭이라는 남자를 보며 끔찍한 기분이 든다. 그가 자신의 방을 보여줄 때도 방 안의 모습을 보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크리스틴이 묘사한 에릭의 얼굴은 흉측한 악마와 닮았다. 에릭은 왜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걸까? 이후엔 라울, 크리스틴, 에릭 간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급기야 실종된 크리스틴을 찾기 위해 경찰서장이 수사에 들어간다. 괴물로 변한 에릭과 이들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쥘 만큼 긴박하게 사건이 펼쳐진다.

부모와 가족 뿐만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 에릭은 증오심만 남아버린 괴물이기만 했을까? 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했을 뿐인데 오페라 극장에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순결했던 크리스틴 다에에게 빠져들었고 가면에 자신을 감춘 채 감미로운 목소리로 매료시키며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증오심만 가득했던 기구한 운명의 남자가 치유받은 건 조건없는 사랑이었을까? 난생 처음 행복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놀랍게도 그 모든 일들이 납치 후 벌어진 일이었고 결혼 승낙을 받아 잠깐의 행복을 얻었지만 상처와 분노로 얼룩졌던 마음을 치유받은 에릭은 도로 결혼 반지를 돌려주고 자작과 함께 풀어주는 것으로 끝낸다. '미녀와 야수'가 생각나는데 순수한 사랑만이 괴물로 변한 남자라도 마음을 돌리고 치유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겉모습에 집착하는 우리도 라울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 모든 걸 뛰어넘고 에릭을 받아준 크리스틴은 천사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까지 넘어야 할 마음의 장벽은 얼마나 두터운가.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