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 바로 <보랏빛 소가 온다>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회사 내 동료가 마케팅 참고용으로 보던 책이었는데 300만 부 판매 기념 에디션이 양장본으로 나왔다. 퍼플 카우가 무슨 의미인가 했었는데 그건 remarkable을 뜻하는 말이었다. 저자가 내린 개념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한마디로 보랏빛 소. 따분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 누런 소와 같다."로 상품 자체가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며 TV-산업 복합체의 몰락을 예견했다.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귀담아들을만한 내용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SNS 시장 규모도 커졌고 마케팅 할 매체도 더 늘어났다.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리마커블 마케팅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그 성공사례를 보여준 예가 모 회사의 오브제 냉장고인데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터치만으로 색상을 바꾸거나 테마를 꾸밀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색상도 파스텔 톤이라 가전제품이 아닌 인테리어 제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디자인, 기능, 색상이 리마커블하게 바꾸면 주목을 끌게 되어 있다. 저자가 말한 개념 중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인데 경리단길, 망리단길, 성수동 등 새롭게 가옥을 개조하여 꾸민 상점들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마치 고객들로 하여금 숨겨진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아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제품이나 가게를 알리고 싶다면 이야기를 연결 짓고 그 속에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면 입소문은 저절로 퍼질 것이다.
우리가 알만한 브랜드들도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카피 문구 하나하나에도 큰 신경을 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례연구로 이들 회사가 성공하게 된 요인을 짚어본다.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바이블"이라 불리며 마케터들 책상 위에 항상 꽂혀져 있는 이유가 있다. 어떤 거창한 마케팅 기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하게도 핵심만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회사가 실패하고 있다면, 그건 최고 경영층의 잘못이다. ... 그들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 제품을 마케팅하고 있지 않다."는 말에서 보듯 회사 경영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한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실패하는 건 대부분 경영자의 그릇된 판단과 방만한 운영에 있다. 소비자들은 쓸모 있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다린다. 누가 쓰레기 같은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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