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은 기껏 해봐야 1평 남짓한 공간에 겨우 밥 먹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이다.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 한다. 냄새, 소음, 벌레, 무더위에 취약하고 환기도 잘되지 않는 곳에서 산다. 노숙자보다 낫지만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보다 못한 환경에서 사는데 한 달에 월세 이십몇 만 원은 꼬박꼬박 낸다. 이렇게 열악한 1평 쪽방촌을 운영하는 건물주들을 보고 우린 빈곤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세대 주택을 잘게 쪼개어 만든 1평 쪽방이라 주변 환경은 고시원보다 못하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 쪽방촌은 돈의동, 동자동, 창신동, 영등포동에 몰려 있는데 수십 명의 쪽방촌 거주자로부터 월세를 받는 건물주는 관리인을 고용해 상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쪽방촌의 문제는 빈곤에 내몰린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된 환경 속에서 희망조차 잃어버린 삶을 겨우 버텨낼 뿐이다.
쪽방촌 거주자를 돕는 사회복지시설인 쪽방상담소와 사회복지단체 사랑방, 개신교 교회의 지원 덕분에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빈곤 탈출을 위한 단계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대도시의 빌딩 숲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계급화된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 누구도 쪽방촌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방영된 쪽방촌 거주자들의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출구 없는 빈곤 속에서 허우적대는 그들의 삶이 암담할 뿐이다. 도시빈민, 쪽방촌, 빈곤 밀집 지역의 생태계를 주요 연구 분야로 다수의 논문과 책을 출판한 저자의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쪽방촌의 현실적인 문제와 빈곤 거버넌스 구성 등 대안을 모색해 본다.
빈곤층이 주로 사는 쪽방촌 방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직접 빈방 벽보를 보고 연락해 구하거나 쪽방촌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거나 부동산을 통해 구해야 한다. 부동산을 통할 때는 자신이 빈곤층에 있음을 검문 당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쪽방촌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시스템은 빈곤층이 자립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복지가 너무나도 취약하다. 사회 바깥으로 밀려나간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이 책은 빈곤의 밑바닥에 떨어진 쪽방촌 사회를 치열하게 추적하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해 봐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도 장애를 입지 않거나 빈곤층에 떨어지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쪽방촌의 문제를 고민해 보고 숨기고 싶은 심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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