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는 교과서에도 실리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은 알고 있다. 윤동주의 시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문장이 주는 힘이 있다. 하드커버 에디션으로 만나는 '열두 개의 달 시회집 스페셜'에서 <동주와 빈센트>는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을 수록하였다. 기획부터 의도했는지 윤동주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시화집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시와 작품을 함께 감상한다는 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좋다. 그림을 보면 시가 떠오를 것 같고 시를 읊조리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보일 것 같으니 말이다.
누군가 내게 시집 추천을 요청받으면 '열두 개의 달 시회집 스페셜'을 권하고 싶다. 윤동주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그의 다른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때는 문학열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기가 있었는데 윤동주의 시구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시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고 표현력을 늘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적이 생각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함께 읊조리니 시가 그림인 것 같고 그림이 시처럼 느껴진다. 아둔한 세상을 살아가며 온 마음과 정신이 휩쓸려 갈 때마다 그의 시에서 많은 위안을 받는다. 비록 29살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간 문인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37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온갖 어려움과 가난을 견뎌야 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하드커버라서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고 한 손에 쥐고 읽을 수 있는 판형으로 제작되어 어디서든 펼쳐서 시를 읊을 수 있다. 아무리 동영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은 종이를 통해 시를 읊는 낭만을 갖고 싶다. 목숨과 신념을 바쳐 혼신의 힘을 다해 시를 지었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이 여러 가능성 속에서 살고 있는 세대가 아닌가. 어쩌면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는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불행하고 암울했지만 짧은 생애 동안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밤하늘을 사랑했던 두 거장처럼 이 시대의 낭만을 읊조려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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