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정, 김, 최, 염 그리고 A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소 독특한 소설이다. 이들은 대학생 시절에 같은 학교 영화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어느 날 A의 영화 시사회를 본 지 몇 일이 지나 교통사고로 A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듣게 된다. A의 장례식장이 K시 안치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이들은 같은 시간 고속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밤중에 오랜만에 다시 모인 친구들은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타고 K시로 향한다.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게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듯이 진행된다. 이들이 내려갈 때 하늘에서 눈인지 비인지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내리고 있었는데 최는 그걸 보자마자 진눈깨비가 내리는거라고 단정짓듯이 말하는데 K시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우중충해지는 날씨와 우울함이 가득 배어나는데 라디오로 전해오는 뉴스는 논산 분기점에서 충돌사고가 있었다는 속보가 전해져오고 이들이 논산 분기점에 도착했을 때는 앞을 추월해가던 차가 빗길 속에 충돌사고를 일으키고 정은 그 옆을 지나갈 때 유심히 사고현장을 보고는 왠지 사망한 남자의 모습이 낯익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데 그 추월하던 차가 자신들의 차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떠도는 영혼이 되어서 사고현장을 목격한 것은 아닌가라는 묘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근데 느닷없이 죽었다는 A로부터 각자 차례로 문자를 받는데 A가 예약문자를 보낸 것도 아닐텐데 왜 문자가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은 A에게 문자메세지가 온 것에 대해 크게 요동하지 않는다. A가 정에게 보낸 문자가 그 답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 여기서 오싹 소름이 돋았는데 마치 잘 짜여진 플롯의 여름특집 드라마 스페셜을 보는 기분이었다. "네 친구가 다 모였네. 우리는 모두 음악의 어두운 곳으로. 그런데 넌 왜 신발 끈을 목에 묶고 있어?" 각자의 시점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데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삶을 관조하는 깊이와 매끄러운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과연 고속도로에서 죽은 그 사람들은 누구일까? 어떤 것이 현실이고 몽상인지 모호해지지만 그럴수록 기묘한 이들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김, 최, 정은 모두 A를 사랑했지만 끝내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운명인데 시공을 넘나들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진한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제목처럼 천국보다 낯선 우리들의 삶.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출처] 을 읽읍시다 (384)] 천국보다 낯선|작성자 시사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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