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책이다. 우리들이 그동안 배우거나 알고 있는 지식들이 사실은 왜곡되거나 제한된 사실만 알려주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굉장히 설득력있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읽는 동안은 꽤 몰입하면서 읽게 된다. 책의 정신은 메타비평을 하는 메타북인데 책 중간중간에 소개해주는 책들도 읽어보면 역사적 사실에 근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을 길게 써놓은 것만 봐도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는지 저자가 다룰 주제들이 머릿속을 한바퀴 훑고 지나간 듯 점점 본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에 열광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역사들이 사실은 너무 요약해서 전해주다보니 역사적인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게 알고 있는건 아닌지 읽으면서 문제의식과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들이 그렇게 열광하면서 봤던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대학명을 다룬 뮤지컬이자 영화이며 소설인데 프랑스 대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사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아니라 그가 지은 <신 엘로이즈>라는 포르노소설이라는 점이다. 문맹인들이 지금보다 많았을 것이고 <사회계약론>처럼 어려운 책은 일반 대중이 돌려가면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반면 <신 엘로이즈>는 엄청나게 판매되면서 왠만한 프랑스 사람들은 다 읽어볼 정도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노골적인 성묘사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은 성 앞에서는 지위나 성별과는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저질 포르노 소설이 아닌 그 당시 철저히 계급주의로 구분된 신분을 타파하는데 일반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 대혁명을 이끌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삽화에 실린 장면을 보아도 거리에서는 구두로 소설 속 내용을 읊으면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신 엘로이즈>의 내용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유명한 학자, 작가들은 포르노 소설을 한 두 편은 이상은 썼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뉴턴도 사실을 알고나면 과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뉴턴은 연금술사였으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전파하기 전 사실은 그동안 연구회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정관념과 한정된 지식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시켜 보여주는 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지만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책들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나 뉴턴의 <프린키피아> 등이 대표적인데 대중들이 읽기에는 버거운 내용이지만 설명서와 요약본이 전해지면서 인류가 발전하는 데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고전에 대한 해석도 저자의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판단한 근거들은 설득력이 높았는데 소크라테스에 관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플라톤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기억만으로 의존해 쓴 <국가론>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사실은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혐오하고 스파르타를 동경했는데 그가 죽음을 당한 이유가 바로 이런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상식을 꺠트리는 내용들이 많고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가 공유하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그렇게 왜곡된 사실들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되어 기억된다는 것이 역사 바로알기에 큰 가로막이 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통찰력이 높아지고 비판적으로 책을 읽게 되는 힘을 얻게 된다. <책의 정신>은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 꼭 한 번 일독해보길 강력추천하는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후편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음 작품이 나오면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책들과 그 당시 정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 삽화, 사진들은 덤으로 얻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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